대한변호사협회는 2024년 3월 19일 ‘사법인권침해조사 발표회’를 열고, 고 이선균 배우에 대해 실제 수사 진행 상황과 확인된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경찰 관계자’로 명시되어 보도되었다고 밝히면서, 이는 경찰 내부의 수사 상황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였다. 구체적인 피의사실은 물론 언제 소환되고, 또 진술한 내용이 무엇인지 등의 수사 기밀을 다룬 보도가 2023년 10월 19일 이후부터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2023년 12월 27일까지 이어진 비극적 상황에 대한 최초의 법적인 조사결과이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한 마약 간이검사와 정밀감정, 세 차례 소환조사에도 불구하고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 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억울해할 때도, 경찰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에 따라 구성된 피의사실을 언론에 고의적으로 유출했다.

또 이 씨를 소환할 때마다 포토라인에 세웠고, 마지막 조사 때는 조사시간이 무려 19시간을 넘겼다.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에 따른 심야조사 제한 규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이다.

19시간 넘긴 그 마지막 조사에서 이씨는 “유흥업소 실장이 수면제라고 줘서 먹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하는데, 앞서의 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오히려 유흥업소 실장이 건넨 물건에 마약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추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약 2달간 이어진 고 이선균 배우에 대한 수사 관행의 야만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고 이선균 배우의 아픔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늘 그러하듯, 경찰과 검찰은 사회적·정치적으로 관심 있는 사건을 스포츠 중계하듯 언론을 통해 수사 상황을 흘렸다. 언론은 그 보도가 그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포장하면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외침은 애써 외면했다.

영화감독 봉준호, 가수 윤종신 등 문화예술인들이 2024년 1월 12일 고 이선균 배우에 대한 후진적 경찰 수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들은 국회에 형사 사건의 공개 금지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의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헌법은 형사 피의자 및 피고인의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으나, 고 이선균 배우가 마주한 수사에는 그 헌법적 권리가 들어올 여지가 없었다. 오로지 대중의 여론에 편승하여 엄중하고 신중해야 할 형사사법 절차를 스포츠처럼 이용하는 후진적 사법시스템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지금도 누군가의 형사 사건이 아무런 통제 없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포토라인에 세워 한 사람의 사회적 관계를 끊어내어 위협하는 방식의 야만적 조사풍토는 2000년 전 콜로세움의 검투사를 보며 웃는 로마와 무엇이 다른가. 수사기관은 그간의 수사관행을 엄중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로 후진적 수사관행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제도적 방지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2023년 12월 고 이선균 배우만 잃은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한 수많은 예술작품에 담긴 서로의 추억까지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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