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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길 좋아하는 그림자혼자 있는 걸 즐기고 함께 있어도 섞이지 않는데정신을 산란하게 하지 않는검정색 수도사 복장을 하고하루 일정 계획하는 아침,그날 한 일 되새기는 저녁늘어난 존재감으로 키가 커지고 계획한 걸 실행에 옮기는 시간, 그래서 조금 덜 생각하는 한낮 줄어든 존재감으로 키가 작아지는데종일 여러 생각으로 피곤해져날 저물면 포근한 어둠을 덮고동틀 무렵까지 깊은 잠을 잔다/강태훈 변호사사법시험 32회[법조신문 원고를 모집합니다] 법조신문에서는 법조인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조계 및 각종 사회 이슈, 시,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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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훈 변호사
2023.09.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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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변호사생활을 하다가 1년 전부터 전남 순천에서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서울과 순천은 기온차가 많이 나는데 봄이 되면 꽃이 ‘일찍’ ‘많이’ 핀다.서울에서는 봄에 꽃구경이라고 해야 4월경 벚꽃 구경이 전부였고, 사무실이 있던 마포에서 근처 여의도까지 마포대교를 건너가 벚꽃을 구경했다.그런데, 순천에서는 인근 구례, 하동, 곡성, 광양에 모두 꽃 축제가 있을 정도로 시기별로 꽃이 다양하게 많이 핀다.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축제들도 열리지 않았고, 늦봄에 선암사에서 겹벚꽃 구경을 한 것이 전부였지만, 이번 봄에는 주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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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 변호사
2023.04.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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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북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 대로변에 꽤 큰 정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현재 자리잡은 정자는 1989년에 복원된 것이고, 원래의 정자는 없어진 관계로 지도상 명칭으로는 '망원정터'라고 나옵니다. 망원동 근처에 일이 있어서 갔던 날, 잠깐 머리도 식힐 겸 이곳을 들러 보았습니다.망원정에 대한 소개글에서는, 처음에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이 이 곳에 정자를 지었다가, 나중에는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정자였다고 합니다. 두 번에 걸쳐 "왕의 형"이 망원정을 소유했다고 하는데, 문득 왕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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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원 변호사
2023.04.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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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 아이(이하 ‘S’) 때문에 우울해하다 잠들었다. 나와 아내는 새벽에 잠시 잠에서 깨어(S가 깨서 울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는 꿈을 꾸었다고 했다. 꿈에서도 이유식의 고수를 찾아 헤맸단다. 꿈속에서는 이유식의 고수를 찾았냐고 물어보았다. 한 명의 고수를 만났으나 그가 조리하던 이유식은 끓다가 폭발해버렸다고 했다. 다른 한 명의 고수도 만났으나 그가 만든 이유식은 너무 맛이 없었다고 했다. 모두 ‘참칭’ 고수였던 셈이다. 아내는 꿈속에서조차 이유식의 비법을 찾아내지 못했다.S는 작년 7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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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동 변호사
2023.03.2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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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을 친다”라는 표현은 내가 알지 못한 사이 자연스럽게 스민 표현이다. 우리말에서 유난히 난은 ‘그리는’ 게 아니라 ‘치는’ 거라 표현한다. 영문도 모르고 ‘친다’ 라는 움직씨의 말을 그렇다 ‘치고’ 쓰는데... 서리가 치듯, 떡메를 치듯, 체로 치듯, 담장을 둘러치듯, 화투를 치듯…. 그 많은 ‘치다’에 관해서 궁금한 듯 아닌 듯 했던, 수상쩍을 정도로 의미가 많은, ‘난을 친다’의 의미에 대하여 우연히 찾아본 날이 있었다. 단어 사전이 전하는 바로는 ‘난을 친다’는 것의 풀이를 “종이 위에 동그라미를 치다”의 의미와 동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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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하 변호사
2023.03.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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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과 1999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변동이 심했던 시기였다. 1998년에 치렀던 제40회 사법시험 2차 시험에 총점 3점, 평균 0.3점 차이로 떨어지고, 그해 겨울부터는 다시 다음 해에 있을 1차 시험 준비를 해야 했다. 2차 시험 불합격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랬듯이 시험 앞에서는 긴장감은 없었고, 비교적 어린 나이라는 위안감, 자신감만 있었다.사시 준비생 대다수가 신림동 등지에 있는 고시촌에서 학원 강의를 듣던 시기였으나, 학원 강의는 체질이 아니었다. 꽉 막혀 숨이 조여 올 것 같은 고시원도 생리적으로 맞지 않았다.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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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진 변호사
2023.01.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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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 깊은 곳에호젓이 계시는 내 님별처럼 오롯이 빛나고 있지요그래도 나는 님의 얼굴을 뵌 적이 없어요 님의 이름도 몰라요그러나 내 영혼이 흔들릴 때마다내 님은 나를 따스하게 위로해 주곤 하지요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하늘에서나 주실 것 같은 사랑으로./주광일 변호사사법시험 5회[법조신문 원고를 모집합니다] 법조신문에서는 법조인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조계 및 각종 사회 이슈, 시, 평론, 예술 분야 소개, 해외법조동향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보내주신 원고는 신문편집위원회 논의를 거쳐 게재 여부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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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일 변호사
2023.01.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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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질러서라도님에게소식을알린다나여기살아 있다고매를날려서라도님에게마음을전한다나아직그리워 한다고/정경석 변호사법무법인 리우[법조신문 원고를 모집합니다] 법조신문에서는 법조인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조계 및 각종 사회 이슈, 시, 평론, 예술 분야 소개, 해외법조동향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보내주신 원고는 신문편집위원회 논의를 거쳐 게재 여부를 결정하며, 게재가 결정되면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원고는 법조신문 홈페이지-법조인 투고(news.koreanbar.or.kr/com/ht.html)으로 보내주시면 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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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석 변호사
2022.12.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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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막바지.올 한해 그 어느 때 보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계속 곱씹고, 깊이 생각했다.어느덧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 옛날 아버님을 갑작스레 보내드린 이후 내가 내린 죽음에 대한 결론, 죽음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현은 ‘영원한 이별’이었다. 물리적으로 누군가를 영원히 대면할 수 없고 영원히 소통할 수 없다는 사실. 그것이 내 가슴과 내 머리에 새겨진, 죽음에 대한 직관적인 느낌이다.세상 살아있는 것, 아니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그러므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영원한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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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원 변호사
2022.12.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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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된 후 처음으로 근무한 법무법인에서 만난 나의 첫 번째 상사. 면접을 볼 때 “입사한 후에 어떤 법무법인을 만들고 싶냐”는 그의 질문에 ‘야근을 하며 햄버거에 감자튀김을 나눠 먹으면서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동료들이 있는 법무법인’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대답을 했는데 그 말을 기억하고는 첫날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으러 가자던 나의 상사. 그때만 해도 앞으로 먹게 될 수많은 햄버거의 수를 알지 못했다.그와 함께한 첫 번째 사례는 이혼 사건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혼 사건 서면은 써본 적이 없어서 ‘아내가 남편에게 맞았다’라는 내
율사문학
이순희 변호사
2022.12.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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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머니나마침내 올 것이 왔구나콧속 깊숙히 찔러 휘저으니 선명한 두 줄 아내를 위하여홀로 시골집에 내려왔다뒷산 두릅 따서 쌉싸래 데쳐먹고장작 패 군불 따시게 때곤이른 잠잔잔한 빗소리에 깨어문턱 걸터앉아물끄러미 바깥 내다보니무한의 어둠 사이로고요히 내려앉는 빗방울은할머니의 따스한 손처럼꺼치른 마음을 적신다결혼 후 처음 갖는혼자만의 시간맘 편히 지낸다면아내가 섭섭하려나영상통화엔 일부러 힘든 표정 지으며분주한 세상 도리어 격리한 달콤한 유랑도 때가 차면 끝이 있으리라/강석희 변호사사법시험 40회[법조신문 원고를 모집합니다] 법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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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희 변호사
2022.12.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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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젊은 날그대 보고싶은 생각 지우려고강가에 나가 강물을 보았었네그러나 소용 없었네내 눈은 강물을 따라갔지만그대 보고픈 생각은 그대로가슴에 남아 있었네나 젊은 날그대 보고싶은 생각 지우려고못하는 술을 마셔봤지만소용 없었네입에 쓴 술 마시다가끝내 그대이름을 부르고 말았네. /주광일 변호사사법시험 5회 [법조신문 원고를 모집합니다] 법조신문에서는 법조인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조계 및 각종 사회 이슈, 시, 평론, 예술 분야 소개, 해외법조동향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보내주신 원고는 신문편집위원회 논의를 거쳐
율사문학
주광일 변호사
2022.11.21 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