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재 변호사
△최승재 변호사

후배변호사와 연말을 앞두고 차(茶)를 같이 했다. 후배는 사내변호사로 10년 이상 일을 하면서 회사의 업무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높아지는 장점은 있지만 이렇게 계속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였다. 그래서 변호사의 전문성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었다.

변호사의 전문성은 2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법률적인 전문성이고(법률적 전문성), 하나는 자문을 하거나 송무를 수행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다(분야별 전문성). 전자의 경우에 전문성이라고 하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위를 따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그런데 대학원에 간다고 해서, 학위를 받는다고 해서 전문성이 원하는 만큼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지식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필자도 법학석사를 한국과 미국에서 받고 MBA 학위도 받고 서울대와 서울시립대에서 박사과정을 했다. 법학박사라는 것이 타이틀로서 개인을 소개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 같은 관심을 가진 전문가들을 만나게 되므로 이를 통해서 법률적인 전문성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법률적인 전문성을 생각할 때 이론과 실무에서의 전문성이 양자 모두 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 변호사의 법률적 전문성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법학교수가 되려고 하면서 생각하였던 것이 이론과 실무 모두의 이해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근무하면서 4년 정도 실무를 하지 않았던 시기를 전후하여 이론적으로는 법학지식의 면에서 큰 도약을 이루었다. 하지만 점차 교수로서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논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추상화된 이론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이전 변호사로서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계속적으로 밀려드는 사건들을 처리해나가는 것에 집중하게 되므로 특정 사건의 쟁점에 대해서 알게 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특정한 법영역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나와 소송에서 공동대리를 한 어떤 변호사가 내게 교수들이 특정 판례에 대해서 평석을 하는 것을 보고 사건의 세부내용을 모르면서 법리만으로는 평석을 하는 것은 제대로 된 평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변호사의 이런 생각을 잘못된 것이다. 사건의 매우 세부사항이 법리적인 가치를 도출하는 것에 필요한 것은 아니며, 법학을 한다는 것은 개별화된 지식을 보편적인 법리로 전환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변호사는 자신의 법학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변호사의 전문성은 이론적인 점에서 전체를 보면서도 미시적으로 사건을 통해서 모세혈관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모두 추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변호사가 사건을 하고 싶어도 그 사건을 내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년차 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변호사로서의 초기에 개인변호사로 일을 할지, 규모가 있는 로펌에서 일을 할지, 어떤 선배변호사와 일을 할지 이런 점들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초기에 가지게 된 전문분야가 이후의 변호사로서의 삶에서 전문성을 방향을 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변호사 업의 상당부분은 암묵지(暗默知)이다. 이런 암묵지는 선배와 일을 같이 하면서 그 선배의 일하는 방식을 통해서 배우게 되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로펌의 경우 수임을 해오는 변호사가 아니라 수행을 하는 변호사가 어떤 변호사인지를 보고 일을 배우려고 하는 변호사와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대학을 정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그 대학에 어떤 교수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유를 생각하면 학문을 한다는 것도 어떤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았는지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의 전문성을 일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로스쿨 체제가 되면서 학부전공도 변호사의 전문성에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본다. 로스쿨 교수로 있을 때 제자들과 상담을 할 때 가급적이면 학부 전공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문성을 키우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다. 이에 대해서 제자 중에는 공대가 맞지 않아서 로스쿨로 진학을 했는데 왜 공학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가 하는 반문을 한 제자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 그 제자가 이후 일을 하는 것을 보면 학부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로스쿨 체제가 가지는 장점은 다양한 학부전공을 한 학생들이 로스쿨로 진학해서 변호사들의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것에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학부의 전공을 잘 살려서 변호사로서의 전문분야와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사내변호사들은 그 분야,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전문성을 법률적인 전문성, 송무경험으로 국한시키는 것을 옳지 않다고 본다. 물론 다수의 소송 경험을 가진다는 것은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어려운 사건, 큰 사건을 해본 경험은 군인이 야전경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렇지만 법조가 송무 외에 자문영역에서의 크기가 크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내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전문성을 담보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이제 변호사는 다양한 전문성이라는 관점에서 전문변호사로 살펴봐야 할 시대가 왔다. 그 후배변호사도 이런 관점에서 본인이 원하는 전문변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에 전문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갈 때 이 점에서 조언을 더 해보려고 한다.

/최승재 변호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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