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행정법학회, 22일 '행정구제제도 개혁방향 공동학술대회' 개최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사자소송 활성화를”… 행정소송법 개정 촉구

대법원·법무부·의원 등 개정안 발의… 국회 임기만료 등 이유로 폐기

“산업재해·난민사건 등, 의무이행소송과 유사… 당사자 위한 입법을”

법조계와 학계가 한목소리로 의무이행소송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행정소송법 전면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이 침해받은 권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한국행정법학회(학회장 김용섭)와 22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행정구제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안철상(사법시험 24회) 전 대법관이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하면서, “행정소송제도는 규제개혁 대상의 제1호”라고 강조했다.

안 전 대법관은 “1984년에 전부 개정된 행정소송법은 1994년 일부 개정을 제외하고는 기본적 구조에 큰 변화 없이 40년 가까이 시행돼 왔다”며 “우리나라는 그동안 민주화의 진행과 더불어 국민 권리 의식이 신장되고, 헌법재판소 설치와 지방자치제 시행 등에 따라 행정현실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행정소송법은 국민의 신속한 권익 구제를 저해하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양하고 새로운 공법관계의 분쟁 해결을 담아낼 수 있는 행정소송제도 개혁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2000년대에 대법원, 법무부 등을 중심으로 행정소송법 개정이 여러 차례 시도됐으나 이뤄지지 못했다”며 “개정 필요성은 공감받고 있지만 행정당국의 소극적 태도로 개정작업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 권익 구제에 관한 목마름을 해소하면서 선진 국가에 부합하는 책임 행정을 확보하는 바람직한 길은 바로 행정소송법 선진화”라고 강조했다.

안 전 대법관은 행정소송법 개정 전에도 법 해석을 통해 국민 권익 구제 공백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항고소송의 경우 금지 규정이 없는 한 법정 외 항고소송 인정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공법상의 법률관계 중 항고소송으로 제기할 수 없는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는 당사자소송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당사자소송 유형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소송제도 개혁이 열매를 맺어 국민의 행정상 권익 구제와 행정의 적법성 통제가 빈틈없이 이뤄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발의된 행정소송법 개정안은 △항고소송 대상 및 원고적격 확대 △의무이행소송과 예방적 금지소송 도입 △당사자소송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다.

대법원은 2002년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는 항고소송에 관해 △원고적격 확대 △의무이행소송, 예방적 금지소송 도입 △당사자소송 유형별 세분화 등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도 2006년 행정소송법 개정 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준비했다. 개정안은 △의무이행소송, 예방적 금지소송, 가처분제도 도입 △당사자소송 유형별 구체화 등을 골자로 했다.

두 개정안은 모두 국회에 제출됐으나, 2008년 제17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2011년 이후에도 다수 국회의원이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대부분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2020년에도 강기윤 의원이 의무이행소송과 가처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날 최계영(사시 42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의무이행소송의 도입 필요성과 법제화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어떠한 결론이 나더라도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지 않는 것보다는 도입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최 교수는 “현행법하에서 행정청 거부와 부작위에 대해서는 거부처분 취소소송과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대응하게 된다”며 “현행법상 소송유형으로는 실효적인 권리 구제와 분쟁의 일회적 해결이 어렵고 소송경제가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더라도 판결의 기속력과 재처분의무 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에 분쟁이 여러 차례 반복될 수 있고,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더욱 우회적이고 제한적”이라며 “현행법의 소송유형의 틀 안에서 적극적 해석을 통해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도모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고, 입법적 해결이 요청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부 사항에 대한 다양한 견해의 개진과 토론은 의무이행소송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당위에 비하면 세부 쟁점에 대한 이견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성진(사시 51회) 서울행정법원 판사는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기준 전국 행정소송사건의 43.3%(전국 2만 1935건 중 9500건)가 접수됐다”며 “접수사건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산업재해 및 공무상재해, 두 번째는 난민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쟁점은 단순하지만 국민의 권리구제와 직접 맞닿아 있는 사건들”이라며 “이와 같이 1/3을 넘는 사건 산업재해 및 공무상재해 사건과 난민 사건이 모두 사실상 의무이행소송에서 예상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에게는 법원이 행정처분을 취소만 할 수 있는지, 이행도 명할 수 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보험급여가 지급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고,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돼도 현실과 크게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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