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19일 ‘사법인권침해조사발표회’ 개최

피의사실공표죄·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

심야조사금지 위반 등 내부규칙도 안 지켜

“경찰 상부, 수사정보 유출에 연루 가능성”

△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법인권침해 조사발표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법인권침해 조사발표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기본적 인권과 형법, 형사소송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절차적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해 결국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됐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가 19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연 ‘사법인권침해조사발표회 -고(故) 이선균 배우 사망 관련 사법인권침해 조사결과 발표-’에서, 김대규(사법시험 45회) 대한변협 인권위원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영훈 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 씨 사건 조사 결과 경찰 수사 과정이 아니면 지득할 수 없는 정보와 사실과 다른 내용이 경찰 관계자를 출처로 해서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형법은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수사 편의와 관행에 의해 피의사실뿐 아니라 내부 수사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돼 온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발표회는 불법적 수사 관행을 타파하고, 무분별한 수사정보 유출 행위를 근절하고자 준비됐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 문책이 이뤄져 더 이상 유사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 수사보고서 상부보고 다음날 보도... “이 씨 사망 전까지 수차례 수사 내용 유출”

변협 사법인권침해조사단에 따르면, 2023년 10월 18일 인천지방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1팀이 이름·나이·직업 등이 담긴 수사보고서 작성해 상부에 보고한 다음 날인 19일 한 언론이 이니셜, 데뷔연도, 데뷔작 방송사와 장르 등과 함께 이 같은 내사 사실을 보도했다.

첫 보도 이후에도 소환 일시, 구체적 피해 사실 등 수사 내용이 지속적으로 보도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씨가 조사 당시 진술 거부를 한 것처럼 허위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 씨는 2023년 10월 23일 입건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공개소환·간이검사·정밀검사가 이뤄졌으나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 씨는 두 달 뒤인 12월 23일 19시간에 걸친 3차 대면조사를 받고 귀가한 지 사흘 만인 27일 숨졌다.

이후 2024년 1월 경기남부경찰청이 이 씨를 수사했던 인천경찰청의 수사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진상 규명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 김대규 대한변협 인권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법인권침해 조사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김대규 대한변협 인권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법인권침해 조사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고인이 비공개 소환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데 상부 결정이라거나 실질적으로 소환 일정이 공개돼 비공개로 전환이 어렵다는 답변으로 공개 소환을 유지했다”며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서 고인에 대해 마약사범들의 진술 외에 감정 결과 등 객관적 증거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기관은 진술의 신빙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고인이 마약을 했다는 전제에서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 피의사실 유출에 19시간 심야조사까지… “인권침해, 위법 문제 심각”

김 위원장은 이 씨의 수사내용 유출은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와 제127조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은 내사 단계에서부터 피의사실과 수사 진행상황이 계속 보도됐다”며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에 접촉해 피의사실 등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씨가 사망한 다음날 A 언론사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서 작성한 수사 진행보고서 원본을 사진으로 첨부해 기사에 공개했다”며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이 문건이 경찰 내부 보고서 원본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언론에 유출된 정보는 명백히 공무상 비밀”이라며 “수사의 공정성, 신뢰성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정보이자 여론 재판을 형성해 적정한 형벌권 실현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됐다”고 비판했다.

△ 김대규 대한변협 인권위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법인권침해 조사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김대규 대한변협 인권위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법인권침해 조사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등 경찰 내부 규칙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준칙 등 원칙에 따라 피의자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충분히 일정을 조율했어야 한다”며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었다”고 꼬집었다.

또 “수사준칙 제21조 1항 등에 따라 조사시간은 원칙적으로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며 “예외 허용되는 경우에도 이를 남용하지 않도록 규정했는데 이 사건에서는 심야에 19시간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 공보규칙, 수사준칙 등 경찰에서 기본적으로 지키도록 마련된 내부 규정에 의한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찰은 관련 법령을 위반해 피의자 명예, 신용, 사생활의 비밀 등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 내용의 보안 유지를 위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수사준칙 제5조는 경찰은 공소제기 전 형사사건 내용을 공개해서는 안 되며, 수사 전 과정에서 피의자와 관계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은 수사사건 등에 관해 법령과 규칙에 따라 공개가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의사실, 수사사항을 공개해서는 안 되고,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는 담당하고 있는 수사사건 등과 관련해 언론기관 종사자와 개별 접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 “위법 행위자와 지휘감독자에 징계처분과 형사처벌을”

김 위원장은 위법행위자와 지휘·감독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징계를 촉구했다.

그는 “수사정보를 유출한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피의사실공표죄와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의율돼야 한다”며 “위법행위자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피의사실과 수사진행상황 등을 무분별하게 언론에 유출한 비위행위에 관해 국가공무원법, 수사준칙 등 위반을 이유로 징계처분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건과 관련해 실제 수사상황이나 사실과는 다른 보도들이 ‘경찰 관계자’를 출처로 보도됐다”며 “유출 정보의 구체성, 시점 등을 보면 (수사과정을 유출한 사람은)사건을 직접 보고를 받는 위치에 있거나 해당 정보에 접근 가능한 지위에 있었던 사람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휘·감독자는 정보 유출이 어디서 이뤄졌는지 알아보고 수사팀을 교체하는 등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며 “직무를 태만하게 했으므로 마땅히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죄수사규칙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장과 수사본부장까지 관련 사안이 보고되고,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지휘감독 책임을 져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감독자와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징계처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백종건 대한변협 사법인권침해조사단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법인권침해 조사발표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백종건 대한변협 사법인권침해조사단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법인권침해 조사발표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수사는 경찰 내부가 아닌 검찰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상부가 정보 유출에 연루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검찰은 검찰청법 제4조 1항 1호 나목에 따라 경찰 범죄 행위에 대한 수사권이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씨 사망 직후 경찰이 관련 수사를 한다고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경찰 외부기관에서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게 더 투명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종건(사시 50회) 사법인권침해조사단 변호사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은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경찰 내부 어디까지 연루돼있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국민에게 의심을 받지 않고 더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하려면 검찰에서 사건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정(사시 51회) 대한변협 제2인권이사는 “더 이상 이 사건과 같은 안타까운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변협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 추궁, 재발 방지를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 씨 수사 정보 유출 사건은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대에서 수사 중이다.

/임혜령·오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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