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용원 변호사/법무법인 트리니티
△ 전용원 변호사/법무법인 트리니티

달리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목표라도 두고자 대회 참가 신청을 해 보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달리는 것 자체가 좋긴 했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게으름을 이기기 위한 동기 부여로는 대회 참가가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신청했던 대회는 취소되었고, 한동안 대회는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꼭 대회 취소 때문은 아니겠지만, 달리기 자체도 게을리하다가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나게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종식 후에도 한참 미루다가, 올해 여름에서야 손기정 기념마라톤 10km 부문 참가 신청과 함께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진 나태와 핑계로 달리기는 띄엄띄엄할 뿐이었고, 어느 새 대회날짜가 다가왔습니다.

대회 전날 밤, 신청을 할 때의 확고했던 결심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괜히 참가 신청을 해서 참가비만 날리고 완주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등등의 걱정에 잠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포기하고 가지 말까 고민도 했지만 그건 또 마음에 드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권유로 참가 신청을 한 친구도 있어서 결석을 결심할 수 없었습니다. 새벽에 한 번 깬 후 7시에 다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겼습니다. 철 지난 트레이닝복 바지와 참가 기념품으로 받은 상의 그리고 달리기엔 매우 어색한 얇은 오리털 패딩을 입은 모습으로 출발했습니다. 주말 아침임에도 아내가 일찍 깨어 커피와 아침을 챙겨주었는데, 비록 10km이지만 너무 먹으면 속이 안 좋아 달리기에 좋지 않다는 말이 생각 나 불안함에 조금만 먹고 일어났습니다.

8시까지 집결이었는데 집결지에서 가까운 주차장은 만차에 도로에도 차가 늘어서 있어서 아내가 라이딩 해주었음에도 집결장소에서 꽤 떨어진 곳에 내렸습니다. 갑작스러운 배의 신호에 화장실을 급히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러다 출발도 못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외지고 한적한 화장실을 찾았고, 출발시간도 10km 부문은 뒤쪽이어서 늦지는 않았습니다.

출발점으로 이동하자 다시 긴장감이 엄습했습니다. 참가자가 너무도 많았고, 다들 숙련된 느낌에 멋진 차림 선수 차림이어서 낙오의 두려움과 위축감이 몰려왔던 것입니다. 걱정 속에 출발하여 완주를 목표로 천천히 뛰었음에도 경량 오리털 패딩이 너무 덥게 느껴졌습니다. 반팔 차림에 우의를 입고 있던 숙련자의 차림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패딩은 벗어서 허리에 묶고 달렸습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하니 평소 같으면 지쳐서 걷기 시작할 거리인 5km를 지났는데도 괜찮았습니다. 가양대교 주변에서 햇살을 만끽하며 한강 위를 뛰는 상쾌함 역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간 즈음에서가까운 거리에서 달렸던 시각장애인 참가자와 가이드 러너의모습에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뭉클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급수대에서 물과 이온음료까지 살뜰히 챙겨 먹자 힘도 났습니다. 그런데 거의 다 와서 오른쪽 신발에 뭔가 들어간 느낌이 들며 불편해졌습니다. 뛰다 멈추면 다시 뛰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아파 신발을 벗어 들어간 돌을 꺼내려 했는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러다 낙오자 버스에 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마지막 힘을 모아 다시 뛰었습니다. 막판에는 너무 배가 고프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어려움과 부정적 감정들이 주변의 응원소리와 응원용 앰프에서 블랙핑크의 ‘마지막처럼’ 노래소리로 다스려지는 경험도 했습니다.

좋은 기록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완주에 성공했고, 일상적이지 않은 일을 완료했다는 상쾌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참가한 친구와 인증샷도 찍고, 완주꾸러미를 받아서 빵과 음료를 먹으며 첫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서는 생각보다 심한 근육통이 있어서 놀라긴 했지만, 내년 봄 대회 참가를 기약하며 조금씩 달려 보려고 합니다.

/전용원 변호사
법무법인 트리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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