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가 흉기 테러를 당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방문 도중 지지자인 척 "사인을 해달라"며 다가온 남성에게 피습 당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김진표 국회의장이 한 말이다.

정치인에 대한 위협은 굴곡진 우리 현대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1947년 7월 19일 혜화동 로타리에서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창립한 몽양 여운형 선생이 총격을 당해 세상을 떠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재야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신변 위협에 노출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69년 질산 테러를 당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3년 일본에서 중앙정보부에 납치됐다가 5일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유세를 위해 찾은 곳에서 돌을 맞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민이 던진 계란에 봉변을 당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커터칼 피습을 당해 얼굴이 찢어지기도 했다.

정치인을 표적으로 삼는 테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살인 예고가 담긴 협박 편지를 보내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일이 쉴새 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분별 없는 행동은 개인을 향한 테러를 넘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공적 인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이같은 테러는 헌법에 따라 철저하게 보장된 합리적인 정당 활동과 이를 통한 민주 정체(政體) 구성이라는 사회적 법익을 크게 침해한다. 반(反) 정치적 혐오와 폭력이 곳곳에서 만연하게 되면, 우리 공동체는 더 이상 제도적 기본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와 법치라는 두 기둥으로 지탱된다. 지난 2022년에는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상대방 변호인 사무실을 찾아와 방화 테러를 저지르는 만행을 저질러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야당 대표가 백주대낮에 흉기 피습을 당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개인적 르상티망(ressentiment)이 정치인과 법조인 등 공적 인물을 표적으로 삼는 단계에 진입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 직후 엄정 수사와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선거관련 범죄에 철저하게 대비하겠다"며 부산지검에 특별수사팀 구성도 지시했다. 이번 사건은 묵과할 일이 아니다. 올해 4월에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도 예정돼 있다. 두 번 다시 정치인을 향한 부당한 공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기관과 관계 부처의 준엄한 대처가 필요하다. 

/박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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