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근 변호사
박우근 변호사

이른바 ‘교권 4법’이 지난 9월 공포되었다. ‘교권 4법’이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을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제17조제3호, 제5호 및 제6호의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 제2항도 신설되었다.

필자는 앞서 위 제20조의2 제2항에 대하여 형법 해석상 당연한 결론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본지 지면을 통하여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위 조항이 공포·시행된 이상, 이제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무엇이 정당한 생활지도이고, 무엇이 정당한 생활지도의 범위를 넘어선 학대인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지난 6월 일부개정을 통하여 학생생활지도의 기준을 고시로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교육부는 지난 9월 1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이하 ‘생활지도 고시’)를 제정하였으며, 9월 27일 생활지도 고시 해설서를 발행하여 일선 교육 현장에 배포하였다. 앞으로 일선 현장에서는 생활지도 고시 및 해설서가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사건에서 교원이 해설서를 준수하여 생활지도를 하였는지에 관하여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일정한 기준이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교원 등 사건의 당사자들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해설서는 “이 고시의 내용은 학교의 장 및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의 기준이 되며, 이에 따른 학교의 장 및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로 정당행위임”이라고 다소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법령의 해석은 향후 법원의 판단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교원지위법 개정에 따라 교육감은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되어 소속 교원에 대한 조사 또는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해당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여야 한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조사·수사기관에서는 이를 교육지원청과 즉시 공유한다. 교육지원청의 교육활동 전담공무원은 해당 학교를 방문하여 교원, 학교 관리자, 목격자 등과 면담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생활지도 고시 및 해설서 등에 따라 생활지도의 정당성을 판단하여 시·도교육청에 제출하며, 시·도교육청은 ‘교육감 의견서’를 작성하여 조사·수사기관으로 제출하여야 한다.

위 제도의 취지에 관하여 교육부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가 될 수 있을지 다소 우려스럽다. 위 제도는 운영되기에 따라서는 아동학대 수사·조사 과정에 교육지원청 교육활동 전담공무원의 조사라는 절차 하나만을 더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동학대 사건에 대하여는 수사기관의 수사와 별도로 시·도, 시·군·구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교원들이 주로 호소하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위 수사·조사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압박감과 부담이다. 그런데 교원이 경찰의 수사와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조사를 받고, 별도로 교육활동 전담공무원의 조사를 또 받아야 한다면 오히려 교원이 겪는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교육부가 기대하는 교육활동 전담공무원의 역할이 ‘학교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자’인지, 아니면 ‘교원을 보호하는 옹호자’인지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제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이에 관한 교육부의 설명은 미흡해 보인다. 만약 아동학대 수사·조사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동안 아동학대 수사·조사를 담당해 온 경찰 및 아동학대 전담공무원과 비교해서 교육활동 전담공무원이 차별화된 전문성을 지닐 수 있음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교원을 보호하는 옹호자가 필요한 것이라면, 왜 그러한 역할을 교육지원청이 맡아야 하는지, 교육지원청 공무원보다는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닌지 등의 의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교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든 법률 및 제도가 일각의 우려와 같이 아동 권리를 후퇴시키거나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까지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교권 4법’이 그저 여론에 떠밀린 ‘보여주기식 입법’에 그치거나 도리어 새로운 분쟁과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교권과 아동의 권리 모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안착하려면 아직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박우근 변호사
법무법인 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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