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경력 15년' 박선진 법무법인 현 변호사 인터뷰

친구따라 댄스학원 등록… 방송댄스부터 코레오그라피까지 섭렵

"안무가 성명표시 없는 한국… '안무저작권' 인식 부족 개선 필요"

"표준계약서 및 신탁관리단체 설립 필요... 안무가들 적극 나서야"

△ 사진= 권영환 기자 
△ 사진= 권영환 기자 

"케이팝(K-POP)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안무입니다. 틱톡, 숏츠, 릴스 등 숏폼 형태의 영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하는 '중독성 있는 포인트 안무가 있다'는 것이 케이팝이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 안무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안무가들의 권리 강화를 우리나라가 선도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안무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받아야 케이팝이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춤 추는 변호사' 박선진(변호사시험 6회) 법무법인 현 변호사의 말이다. 

박 변호사가 춤에 빠진 계기는 방송댄스였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 손에 이끌려 다이어트를 하려 방문한 학원에서 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친구는 몇 달 만에 춤을 그만 뒀지만, 박 변호사는 그 이후에도 방송댄스에서 재즈댄스, 코레오그라피(Choreography) 댄스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현재 다니는 프리픽스 댄스스튜디오는 안무가들이 본인들이 직접 창작한 안무를 가르치는 학원이다.

춤을 더 잘 추고 싶어 자연스레 춤 동영상도 많이 찾아보게 됐다. 그러다 문득 미국에서 올라온 유튜브 춤 영상에는 안무가가 표시돼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안무 영상에서는 10년 전인 당시까지만 해도 '안무가 표시'가 보편적이지 않았다. 

"처음 안무가 표시를 인식한 게 10년 전쯤이었습니다. 한 번 안무가 표시를 인식하고 나니 그 뒤로 계속 안무가 표시 여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표시를 하지 않고 있죠. 방송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일례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떤 아이돌이 팝송에 맞춰 춤을 추는데 원밀리언 리아킴의 안무를 따라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역시 안무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안무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 올해 2월 5일 박선진 변호사가 참여한 '나리아가라폭포' 공연 
△ 올해 2월 5일 박선진 변호사가 참여한 '나리아가라폭포' 공연 

댄스경력 15년. 아는 안무가도 늘었다. 엠넷(Mnet)의 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나온 YGX의 지효 씨뿐 아니라 많은 안무가를 만나 춤도 추고, 필요하면 법적인 조언을 주기도 한다. 대부분 계약서 관련 내용이다. 

"안무계에도 표준계약서가 필요합니다. 안무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비용을 언제 지급한다고 알려주지 않는 기획사도 많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하는 비용도 요청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안무가가 많고, 개인이 '이런 조항 넣어주세요'하고 요구하기는 힘들고요. 아티스트가 안무가가 창작한 안무로 공연을 할 때마다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급하도록 계약을 한 사례가 있는데 현실적인 계약 사례로 좀더 널리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 변호사는 "춤에 대한 저작권은 제도적으로 당연히 인정이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보호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무에 대한 저작권 등록은 현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안무가 '저작물'로 등록된 건수는 186건에 불과하다. 전체 저작물 대비 1%도 되지 않는 수치다.

"저작권 등록을 해야 안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징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있지 않으니 안무를 저작물로 등록할 유인이 적습니다. 안무가 크게 유행해도 안무가들이 받을 수 있는 추가 수익이 없다 보니 굳이 안무저작물을 등록할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거죠. 일반인뿐 아니라 안무가들도 안무를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크지 않습니다. 일부 기획사에서는 안무 의뢰 시 안무저작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기도 하고요."

안무저작물은 저작권법상 별도 분류도 없다. 연극저작물의 하위 개념으로 인정될 뿐이다.

"안무저작물이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연극과 안무는 분명히 다른 개념입니다. 안무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반영해서 현실에 맞게 안무저작물을 보호하려면 별도의 분류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안무저작물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고, 저작권청에서 안무의 정의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 내에는 안무저작권 관련 분쟁 사례도 국내보다 많고, 안무가들도 권리 보장을 위해 적극 나서는 편입니다."

안무비용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일침도 남겼다.

"안무가 한 명에게 5명 인원의 아이돌 춤을 의뢰하면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5명과 백업댄서의 안무를 모두 만들어야 해요. 동원되는 인원이 많다고 안무비를 더 주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인지도가 없는 안무가는 더 적은 비용을 받고요. 그래서 대부분 안무가가 학원 운영과 강습으로 삶을 영위하고, 안무창작비 또는 콘서트나 방송에서 실연하는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연 시에도 창작자에게 비용이 지급되는 건 아니고요. 개인의 인지도가 올라가도 안무비만으로 먹고 살기는 힘듭니다. 다만 광고 등을 통한 수익이 생길 뿐입니다."

△ 사진= 권영환 기자 
△ 사진= 권영환 기자 

박 변호사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같은 신탁관리단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무가 대신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일정 수수료를 제외하고 이를 안무가에게 다시 분배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가수 싸이(psy)가 안무가 배윤정 씨에게 '시건방춤'에 대한 저작료를 챙겨준다면서 1000만 원을 준 사례가 널리 알려진 적이 있습니다. 바람직한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선행'으로 알려져야 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탁관리단체가 발족하면 이 같은 부분에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겁니다."

박 변호사는 안무가들도 이러한 '권리 찾기' 개선 과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무가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려면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안무저작물이 정당한 보호를 받고, 안무가들이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안무가들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안무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부분은 고무적입니다. 일반 대중들도 안무가가 누구인지, 안무가 어떤지 관심을 많이 갖는만큼 안무가들이 목소리를 내기에 훨씬 더 좋은 환경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안무저작물 사용에 대한 정당한 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등 적극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국내 모든 안무가분들, 파이팅!"

/임혜령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