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이 범죄에 연루됐거나 변호사 사무실이 중요한 증거의 인멸 장소로 제공된 혐의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 경우에 한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중(사법시험 36회) 서울지방법원장이 2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소병철(사시 25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뢰인에 대한 수사'를 명목으로 법원이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강하게 질타했고, 김 원장은 이같이 해명했다.

변호사 사무실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은 아니지만, 적어도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함부로 깨뜨릴 수 없는 핵심 기본권이다. 이를 보장받지 못하면 개개 국민은 수사기관의 막강한 정보력과 힘에 무방비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 변호인의 조력이라는 갑옷을 입어 무기 대등(Waffengleichheit)을 실현해야, 비로소 공정한 싸움이 가능해진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변호인과 의뢰인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둘 사이 오간 직무상 대화와 법률 자료가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러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 지금처럼 상례화되면, 이 믿음에 금이 가게 된다. 의뢰인은 비밀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변호인과의 정보 공유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최적의 방어 방법을 고안해 내야하는 변호인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으로 기능한다. 변호사라는 갑옷이 얇아지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지게 된다.

기본권 보장이라는 거대한 댐도 변호사 압수수색이라는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작은 누수조차 허용해서는 안 된다.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에 이뤄진 의사교환 내용과 상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ACP를 명문화한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번 회기에 4건이나 발의됐지만, 아직 묵묵부답이다. 이번 국감을 계기로 국회가 다시 ACP 문제를 공론화해 긍정적 결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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