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본 '시네마 키드'는 아닙니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이제 좋아하는 영화도 생기고, 인생을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습니다."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홍용호(사법시험 34회)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최근 장편영화 '폭로(2023)' 감독을 맡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영화로 2023 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스토리상을 수상하고, 2023 벵갈루루국제영화제, 2022 전주국제영화제, 2022 인도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홍 변호사를 처음 만난 건 10년 전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인 그는 당시 영화와 전혀 관련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영화에 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었다. 홍 변호사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지기 위해 8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들어갔다. 꾸준히 각본 작업과 단편 제작에 참여하며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마침내 대중에게 자신의 첫 장편영화를 선보였다. 

세월을 허투루 보내지 않은 끈기와 열정은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변호사가 만든 영화는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렸다. 시선을 압도하는 도입부와 강렬한 반전이 있는 중반부, '사실'과 '진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후반부까지 그는 확실한 '프로 감독'의 면모를 보여줬다. 법조 경험을 바탕으로 리얼리티를 구현하니 법정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옥에 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에는 홍 변호사처럼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이들은 작가, 배우, 슈퍼모델, 화가, 시인, 소설가, 방송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N잡' 변호사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은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 변호사가 처음 영화를 시작한 때는 40대였다. 무언가 시작하기 늦은 나이처럼 보였지만, 결국 한 발 한 발 목표에 다가서며 성과를 냈다. 

끼가 넘치는 법조인들을 이제  법정이 아닌 다른 업역에서도 보고 싶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변호사들이 날개를 달고 솟아오르기를 기원한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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