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이사 한주현 변호사 인터뷰

유기묘 구조가 동물권 옹호활동으로… 관련 소송 진행 등 '꾸준'

동물죽음방치 대구동물원 대표 고발… 동물학대 징역형 첫사례

"동물과 인간 관계는 '제로섬' 아냐... 약자가 잘살면 모두가 행복"

"동물이 살기 좋은 나라 중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은 없습니다. 동물과 사람 관계는 '제로섬(Zero-sum)'이 아닙니다. 동물이 혜택을 받는다고 사람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약자가 잘 살면 모두가 다같이 잘 살게 되는 겁니다. 동물권 옹호에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다면 관점을 조금 바꿔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이사를 맡고 있는 한주현(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의 말이다.

한 변호사는 어린 시절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학창 시절에는 기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공부를 거듭할수록 법의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사회학을 공부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막연했거든요.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면, 아무래도 법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기 시작한 법학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일의 결과가 즉각 도출되고 결과에 따른 변화가 있다는 점이 저와 잘 맞아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유기묘 '꿀이'를 만나면서부터였다. 7년 전 어느 여름날 한 변호사는 빌라촌 구석 철창에 갇힌 고양이를 우연히 발견했다. 뒷다리는 뼈가 드러나있고, 귀는 한쪽이 잘려있었다. 다친 부위에 진물이 나오고 파리가 들끓었다.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었지만,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는 그렇게 '꿀이'와 함께하게 됐다. 꿀이와 교감 하면서 그저 '귀엽고 예쁘다'는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동물이 하나의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꿀이를 키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의사 선생님이 '정의감에 수술시켜줬다가 다시 유기하면 (꿀이는)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건넨 말씀을 듣고 일단 키우면서 입양할 사람을 찾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보니 쉽게 입양하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사이에 저와의 관계가 깊이 형성되었습니다."

꿀이를 내버려둔 사람을 찾기 위해 경찰에 고발장도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당시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박약했다.

"꿀이가 사고를 당했는지, 아니면 학대를 당했는지 모르지만 그곳에 꿀이를 버려둔 피의자 진술은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꿀이가 버려져있던 위치를 비추는 CCTV도 있었고, 인근에 자동차도 많아 블랙박스를 살펴볼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경찰은 '바쁜 와중에 CCTV를 다 돌려볼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을 한 후 수사를 마감했습니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학대를 한 사람을 형사처벌 할 수 있게 돼있지만, 실제로는 학대한 사람을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하지 않고 진정서 작성 등으로 무마하려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한주현 변호사와 반려묘 꿀이의 모습(사진: 한주현 변호사 제공)
한주현 변호사와 반려묘 꿀이의 모습(사진: 한주현 변호사 제공)

한 변호사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동물권 옹호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을 찾다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을 알게 됐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은 소수정예로 운영된다. 소속 회원 추천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회원 10여 명이 동물권 관련 토론회 발제, 연구보고서 작성, 소송 진행, 기부 등의 활동을 꾸준히 진행한다.

지난해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에서 발간한 '동물에게 다정한 법(도서출판 날 刊)'은 최근 3쇄를 찍었다. 판매수익은 논의를 통해 기부 등 사용처를 정한다.

'대구 동물원 사건'도 이들이 맡은 사건 중 하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관람객이 줄어 동물원이 폐업하면서 경영진은 일부 '돈 되는 동물'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들을 그대로 방치했다. 동네 주민이 이러한 현실을 블로그에 올리자,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채수지(변시 4회) 변호사가 내용을 확인하고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동물원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대표는 불복했지만, 2심에서는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동물학대 혐의로 동물원 대표가 유죄를 받은 첫 사례다.

"대구 동물원 대표에 대한 처벌은 원하던 결과에 비해 다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동물권 관련 논의가 시작되고, 제도나 정책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저희의 활동이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이슈화 되면서 다른 동물원 운영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법 개정 목소리도 더 커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동물원·수족관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동물복지를 강화하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4월 17일 '유기 야생동물 보호소'를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 내에 개소했다. 누군가 키우다 유기한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한 변호사는 동물학대자의 동물 소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학대를 하면 형사처벌 받게 되지만, '주인'이라는 이유로 학대 동물 소유권이 다시 귀속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주(州)의 절반 정도는 동물학대자가 동물 사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또다른 절반 정도는 판사 재량으로 동물 사육을 금지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동물을 학대해 처벌 받는 사람 자체도 적고, 처벌을 받더라도 다시 그 동물을 학대하는 데 별다른 제재가 없습니다. 동물학대 사건이 100건이라면, 100명의 사람이 100마리 동물을 학대하는 게 아닙니다. 소수의 몇 명이 지속적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학대 수위도 점점 높아집니다. 따라서 동물학대자들의 동물 소유를 금지시키고, 상습범은 가중처벌하는 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동물은 민법상 물건이다. 동물보호법에 동물학대자의 동물사육금지 조항이 도입될 뻔했으나 '물건 소유권자의 권리를 너무 제한한다'는 등의 문제로 인해 좌초됐다. 이후 2021년 7월 법무부가 민법에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10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 절차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여야도 올해 4월 이러한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으나 진전은 없었다. 이달 13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논의는 되지 못했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동물권 옹호 활동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을 돕고 싶다면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단체는 많습니다. 새로 시작된 사회 의제이기 때문에 할 일이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다만 소득과 연결은 되지 않으니 그 부분은 생각해두셔야 합니다(웃음). 반려동물, 해양동물, 축산동물 등 동물을 세분화 해 보면 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거창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사회에 동물권 옹호 메시지를 꾸준히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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