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조재연 대법관과 박정화 대법관이 6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법원을 떠났다. 이날 두 대법관은 퇴임사를 통해 낮아진 사법 신뢰를 하루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법론은 달랐지만, 법원을 바라보는 냉랭한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울림이 적지 않았다.

경력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다.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인사를 영입해 폐쇄적·관료적 법원 문화를 개혁하고 넓고 깊은 시야를 탑재하기 위해서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 취지에 걸맞게 운용되고 있는 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14일 대한변호사협회와 법원행정처 등은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김주영 변협 법제연구원장은 법관 지원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경력 법관들의 출신과 배경이 대동소이해 다양성 강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법원이 아직 '스테레오 타입'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김 원장은 법원이 조직 문화와 관행을 돌파하지 못하면 더 큰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연구원-대형로펌 고용 변호사-판사-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라는 새로운 순혈 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전관·후관예우 현상이 중첩될 수 있는 데다, 재판의 공정성마저 의심 받을 수 있다. 그는 "결국 경력 법관들이 '정년까지' 얼마나 남아 있느냐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변호사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변협이 심포지엄을 앞두고 실시한 회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7%(802명)가 "경력 법관의 재개업 제한 또는 수임제한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중견 법관이 '몸값'이 최고조에 이를때 법대(法臺)를 떠나 로펌으로 적을 옮기는 악순환이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고 국민들의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사법제도는 사회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다. 그 중에서도 재판의 염결성은 사법부의 존재 의의와 맥락이 닿아있다. 내용과 절차에서 빈틈을 보이면 안 된다.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봉직할 수 있는 처우 개선과 함께, 경력 법관의 재개업과 사건 수임에 대한 균형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것이 법조일원화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첩경이다. 

/법조신문 편집부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