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중혁 대한변협 부협회장
허중혁 대한변협 부협회장

1. 정책 회의와 공조의 계기

지난 2023년 6월 3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세미나실에는 일본 법무성 관계자들이 방문하였고, 약 2시간에 걸쳐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와 '한일 양국의 리걸테크 대응과 규제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벵고시닷컴이 변호사 전용으로 재판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익명으로 재판관을 평가하고 그 의견을 조회할 수 있게 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그 외 여러 가지 이유에서 사설법률플랫폼의 법적 문제점을 절감한 일본 법무성의 추진으로 이번 만남이 이루어졌다. 대한변협에서는 김기원 변호사정보센터운영위원회 위원장, 이은성 제1정책이사, 전민성 제2정책이사, 김민호 제1공보이사, 권혁성 사무차장 및 필자가, 일본 법무성에서는 나카노 코이치 사법법제부 참사관, 소키 시오리 사법법제부 과장 및 주한일본대사관의 오쿠무라 토시유키 검사(이하 ‘일본 법무성’)가 참석했다.

이번 논의를 통해 변협과 일본 법무성은 양국 법률시장에서의 리걸테크의 문제점 및 그에 대한 대응 정책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향후에도 상호 정책을 공조하기로 약속했는바, 그날 오고 간 회의의 내용과 그 의미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 양국 논의에서 오고 간 내용

우선 AI와 관련하여 일본 법무성은 AI를 통한 상담이나 서면작성의 경우 법적 리스크가 존재하기에 오로지 변호사만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일본 법무성의 입장임을 소개하였고, 콩밥시장 등 국내의 사설법률플랫폼이 시도했던 형량예측서비스는 비변호사의 법률사무관장으로 위법해 보인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관련 광고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합헌이었음).

또한 일본 법무성은 리걸테크 업무 중 계약서 심사업무에 관한 위법 판단기준에 관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여 제시할 예정이며, 올해 9월 가이드라인 완성을 목표로 작업이 진행 중임을 밝혔다.

다음으로 일본 법무성은 사설법률플랫폼의 쿠폰 발급 행위 역시 개별사건 알선행위에 연계될 경우에 위법 소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 일부 법률플랫폼이 광고 중인 소송착수금에 관한 대출서비스 알선행위는 소송 남발의 우려가 있어 일본에서도 금융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사업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실제로 일본에서는 변호사비용이 없을 경우 법무성이 관할하는 법테라스에서 변호사에 보수를 지불하고 본인으로부터 할부 무이자로 상환받는 제도가 있는데, 이는 소송과 관련한 사적 금융의 개입을 허가하지 않는 취지라 한다).

사설플랫폼의 알고리즘 변형 또는 조작 위험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일본 법무성도 그 위험성에 깊이 공감하면서 일본의 유명 맛집 검색 플랫폼인 타베로그가 알고리즘을 조작하다 플랫폼에 가입했던 요식 사업자로부터 소송을 당해 패소한 사례를 소개하였고, 이와 같은 알고리즘 조작은 일본에서 독점금지법으로 규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했다.

특히 일본 법무성은 한국 변호사단체의 법률플랫폼 관련 규제에 관심을 보였고, 그 중에서도 헌법재판소의 일부위헌결정 내용과 영향이 어떠한지에 대해 문의해 왔다. 이에 대해 변협은 헌재가 합헌으로 판단한 대부분의 규정을 들어 사설플랫폼 가입 회원들에 대한 징계에는 문제가 없는 등 헌재 결정의 내용과 영향을 상세히 설명하였고, 일본 법무성은 이에 관한 언론 보도 내용만 보고 왔는데 일부 왜곡된 부분도 있음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그간 법률플랫폼 회사에 대한 고소를 변협이 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2017년 이후의 고소는 변협이 아니라 자발적 변호사들의 단체인 직역수호단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3. 이번 논의의 의미와 향후 전망

이날 논의를 통해 일본 법무성은 현재 변협의 사설법률플랫폼에 대한 규제 전반에 대해 상당히 공감하게 되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정책 공조를 위해 일본 법무성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그리고 일본 법무성의 비변호사에 의한(주식회사의 경우 그 대표가 변호사라 하더라도) AI 법률서비스에 대한 규제 입장을 우리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고, 이와 관련해서 앞으로도 일본 법무성은 변협과 수시로 현황을 공유하면서 소통하기로 하였다.

변협도 일본 법무성의 리걸테크의 위법 판단기준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완성되는 시기에 일본 법무성을 방문할 것을 약속하면서 행사는 종료됐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법체계와 변호사제도가 매우 유사한 만큼, 이번 논의를 통해 한일 양국이 리걸테크 대응과 규제 정책에 대해 계속 협조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계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