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식 기자
우문식 기자

"변호사단체에서 제공하는 혜택 중 배상책임보험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지난달 서초동의 한 개업변호사가 불쑥 건넨 말이다. 학폭 사건을 대리하던 모 변호사의 법정 불출석 논란으로 연일 언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온 말이어서 의미가 사뭇 남다르게 다가왔다.

변호사전문인배상책임보험(이하 '책임보험')은 지난해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처음 선보였다. 개업·청년 변호사들이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펼쳐놓자는 것이 도입 취지다. 호응이 좋아 올해 가입자가 1만 2000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대형 로펌과 사내 변호사, 공직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업 회원이 가입한 셈이다.

단체협상이 이뤄지자 보험료도 80% 가량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다. 변호사가 동일한 보장 상품을 개별적으로 가입할 경우에는 매달 35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단체보험을 통해 가입하면 7만 원 선으로 크게 줄어든다. 그나마도 회비를 통해 지급되기 때문에 회원들의 부담은 '제로(0)'로 수렴한다. 

변호사 숫자가 급격히 늘고 송사가 점차 복잡다단해지면서 재판 도중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고도산업사회의 특징이다. 변호사가 잘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궤에 어긋나는 불측의 사태가 언제 어디서 돌기할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돌발사태가 나타날 경우 책임보험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기능을 수행한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변호사와 의뢰인 모두가 공히 윈윈(win-win)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리적 대안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열린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에서는 ‘변호사 배상책임보험제도 가입 지원’ 안건이 통과됐다. 결의에 따라 전국의 모든 지방변호사회는 앞으로 책임보험 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보험 상품은 가입 규모가 클수록 교섭력이 커진다. 보장범위는 넓어지고, 비용은 낮아지는 등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된다.

책임보험 활성화가 여리박빙(如履薄氷)의 마음으로 일하는 변호사들에게는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의뢰인에게는 최소한의 신뢰를 제공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우문식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