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형위 “개정 성폭력처벌법 적용 위해 결정 연기”
‘n번방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 받을까’ 우려 목소리 높아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마련에 대한 의결이 연기됐다. n번방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가능할지 불확실 해졌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지난 18일 제102차 전체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양형위원회는 이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강화된 양형기준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보류하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의 중요 유형인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에 대한 법률이 개정됐다”며 “법정형 상향, 구성요건 신설 등 개정 내용을 반영해 양형기준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개정안을 반영한 ▲새로운 유형 분류 및 형량 범위 제안 ▲전문위원단 전체 토론 ▲위원회 결과 보고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카메라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할 경우, 기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됐다.

양형위원회는 7월과 9월에 두 차례 회의를 열고, 기준안을 다시 마련해 12월 7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만약 예정대로 새 양형기준이 마련된다면, 12월 말 이후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적용된다. 새 양형기준은 관보 게재 후 기소되는 범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이른바 ‘갓갓(문형욱)’ ‘박사(조주빈)’ ‘와치맨’ 등 n번방 사건 피의자들에겐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강력 처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임에도,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변협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 및 법제도 개선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경아 변호사는 양형위원회 입장을 이해하는 한편, 기준안 마련이 미뤄진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이경아 위원장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부재로 개별 사건의 양형이 국민 법감정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수년간 있어왔다”며 “n번방 사건을 통해 보더라도 범죄의 양상이 더욱 심각해지는 현 시점에 하루 빨리 엄정한 처벌을 위한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형위원회는 같은날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군형법상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의결하고, 군사법에서도 공정한 양형을 도모하기로 했다. 일반 성범죄에 비해 가중 형량 범위가 적용되며, 지위를 적극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특별가중인자로 반영해 가중처벌된다.

 
 
 
/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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