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우 교수의 저서, ‘예술적 상상력’은 인간다움이 어디에서 오는 지를 이야기한다. 그는 “AI의 작품도 예술이 될까”라고 자문하고, 아니라고 자답한다. 인공지능의 작품에는 영혼이 담기지 않기 때문이다. 영혼은 인간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사람과 동물,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척도이다. 영혼은 주어진 삶에 순응하지 않고, 끊임없이 사유하고 창조한다. 영혼은 예술적 상상력으로 발현된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보게 하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낸다.

예술적 상상력은 현실도피의 망상과는 다르다. 예술은 현실 속에서 존재하고 삶과 환경을 표현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해 간다.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고 진화해 나간다. 세상의 변화를 화폭에 담고, 음률에 싣고, 글과 영상으로 표현한다. 세밀하게 혹은 단순하게, 구체적으로 혹은 추상적으로, 점으로 혹은 면으로, 직선으로 혹은 곡선으로…. 표현은 상상력에 따라 자유롭게 변주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역사와 기술의 변화와 함께 해왔다고 설명한다. 그 속에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작품들이 탄생해왔음을 보여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생각을 탄생시키는 예술적 방법 4가지가 흥미롭다. 먼저 대위법이다. 독립성이 강한 둘 이상의 멜로디를 동시에 결합하는 작곡기법이다. 전혀 다른 영역이 결합하는 순간 증폭이 일어나 감각을 넓히게 된다. 두 번째 ‘메타포(metaphor)’다. 비유는 언어의 시작이다. 그림을 그리듯이 이미지를 묘사하면서 새 언어가 탄생한다. 세 번째 ‘몽타주(montage)’와 ‘하이쿠(俳句)’다. 편집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장면을 어떻게 이어 붙이느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 일본의 단시 하이쿠에서 이러한 기술이 극명하게 표현된다. 마지막으로 ‘콜라주(collage)’다. 이질적인 물체가 화폭에 침투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4가지의 공통점은 성질이 다른 것을 같은 곳에 모아 병치하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진다. 기성, 즉 과거를 통해서 창조, 즉 미래를 여는 방법이다.

저자는 영혼 없는 세상을 걱정한다. 디지털 문명으로 인한 인간의 계량화 현상,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가능성을 위축시킬 가능성, 다른 사람의 창의성을 훔쳐 쓰는 문제, 기계와 인공지능의 오작동 문제, 그래서 결과적으로 인간 스스로 영혼을 포기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일이 근본부터 뒤흔들리는 지금 이 시대에 예술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서로 다른 주장의 의뢰인과 사건을 대해야 하는 것이 법조인들의 일이다. 보이는 것만으로는 진실에 접근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을 기르는 일은 법조인들에게도 참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질을 꿰뚫는 힘을 키우고자 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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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로 읽는 상징과 표징(조지퍼거슨, 일파소)』 - 유럽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며 설명을 듣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미술사 서적

『반 고흐, 영혼의 편지(반 고흐, 예담)』 - 고흐과 동생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 모음집. 고흐의 삶과 예술의 지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

 

 

/장훈 인천광역시 홍보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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