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컨대 LG 팬이 아니다. 이상훈 선수 팬은 더더욱 아니다. 그에 대한 기억은 긴 갈기 머리로 강속구를 던지던 개성 넘치는 투수였다는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서점 신간코너에 올라온 책, 『야구하자 이상훈(김태훈, 소동)』을 집어 들고야 말았다. 승부의 세계 속에 숨겨진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기타를 치는 야구선수’라고 하는 그의 돌출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71년생인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추억의 동질감 때문이었다.

그의 삶은 4가지로 요약된다. 꿈, 도전, 승부 그리고 야구다. 이상훈에게 야구는 꿈이었다. 운명처럼 만난 선배의 권유로 시작되어 그의 인생 자체가 된다. 꿈은 장애물이 있을수록 더욱 커지고 선명해진다. 꿈은 항상 멀리 보이지만,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야구를 하는 이상훈은 행복했다. 꿈은 도전을 통해 가까워진다. 험난했던 야구 입문과 프로진출, 그리고 일본을 거친 미국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뤄가는 이상훈의 도전은 꽤나 드라마틱하다. 그래서 그의 멋진 투구만큼이나 감동을 준다.

스포츠가 승부이듯, 삶도 승부의 연속이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다. 승리가 주는 기쁨을 만끽하고 패배가 주는 교훈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또한 기본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사람간의 도리를 지켜나갈 때 자신만의 승리가 아닌 함께 누리는 승리가 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야구는 이상훈의 천직이다. 야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그는 진지했다. 그저 돈을 많이 벌고 더 많은 승리를 따내려는 것이 아니라, 야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야구 자체가 세상에 희망을 주는 꿈을 꾼 것이다. 은퇴한 이상훈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이유다.

야구는 규칙의 스포츠라고 한다. 룰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고, 보는 이들도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규칙과 룰을 가지고 승부를 펼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바로 법정이다. 때로는 정면승부를 해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변칙적인 전략을 펼칠 때도 있다. 승률이 높은 법조인이 있는가 하면, 저조한 법조인도 생긴다. 유명 법조인과 무명 법조인이 나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떤가. 세상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선한 꿈이 있었고, 멋진 도전이 있었고 정정당당한 승부가 있었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함께하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 오늘도 당당히 승부의 세계에서 분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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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인천광역시 미디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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