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분쟁해결절차는 1심인 패널(Panel) 심리와 2심이자 최종심인 상소기구(Appellate Body) 심리로 구성된다. 이중 상소기구는 1995년 WTO 출범이래 WTO 협정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는 최고 권위기관으로서 WTO 다자무역체제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제고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2017년 이래 미국은 WTO 상소기구가 회원국들의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신규 상소기구 위원 선정 절차 개시에 반대했다. 그 결과 7인이 정원인 상소기구는 3인의 위원만이 재임 중이다. 올해 12월 추가로 상소기구 위원 2명의 임기가 종료되면, 3명으로 구성되는 재판부 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WTO 상소기구 기능이 사실상 정지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WTO 회원국들은 상소기구 문제를 해결하여 상소기구 위원 선정절차를 개시함으로써 현 상소기구 기능을 지속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상소기구 기능 정지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가 지난 7월 WTO 회원국들에게 회람한 이른바 상소중재 관련 임시약정(Interim Appeal Arbitration Pursuant to Article 25 of the DSU)이 바로 그러한 사례다.

유럽연합과 캐나다의 상소중재는 WTO 분쟁해결양해(DSU) 제25조상 중재 절차를 상소절차처럼 활용하여 상소기구 기능이 마비된 경우에도 기존 상소기구 심리와 가능한 유사하게 항소심을 진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DSU 제25조 중재는 패널 및 상소절차와는 독립된 분쟁해결방식으로 WTO 출범 이후 2001년 미국 저작권 분쟁에서 한 차례 활용된 바 있다. 유럽연합-캐나다 간 임시약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패널 보고서가 당사국에 배포될 시에 상소기구 위원이 3명 미만이면 상소 중재절차가 개시될 수 있으며, 패널보고서가 당사국에 공개된 이후 그리고 늦어도 패널 보고서의 전체회원국 회람일 10일 이전에 일방 당사국이 요청함으로써 상소중재절차가 개시된다. 동시에 당사국 요청에 따라 패널 절차는 중단되며, 패널의 기록과 결정은 중재 재판부에 이관되어 DSU 제25조 중재절차에 따라 중재인이 심리하게 된다. 중재인은 전임 상소기구 위원으로 구성된 중재인 명부에서 상소중재 개시 후 10일 이내에 WTO 사무총장이 무작위로 임명하되, 동일 국적의 중재인이 2인 이상 임명될 수는 없다. 중재인은 상소기구와 동일하게 패널 보고서의 법률 사항과 협정 해석에 대해서만 판단할 수 있으며, 중재판정은 DSU 제25조에 따라 상소기구 판정과 동일하게 DSU상 판정의 이행 관련 조항(DSU 제21조 및 제22조)이 적용되게 된다.

우리나라는 WTO 분쟁해결절차를 빈번히 활용하고 있는 나라로서, 올해 12월 이후 상소기구 마비 상황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우리가 참고할 만한 정책적 함의가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윤영범 주제네바대표부 2등서기관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