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유기준이언주 의원법전원협의회와 ‘국민을 위한 소송제도 심포지엄’ 개최해
“소송대리는 변호사에게” … 변리사법 제8조 위헌, 유사직역 간 동업 허용 주장도

법조계, 국회, 학계가 최근 불거진 법조유사직역의 소송대리권 요구 주장에 대해 전면 비판에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유기준이언주 의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공동으로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민을 위한 소송제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최근 난립하고 있는 유사직역 소송대리권 분배 주장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소송제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심포지엄에는 유기준, 이언주, 김상훈 의원, 김현 협회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백승재 변협 부협회장은 “변리사, 노무사, 법무사, 행정사 등 유사직역이 제한된 분야를 독점 업무 영역이라고 주장하거나 실무적 전문성을 근거로 소송대리권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서 “소송대리는 변호사 고유 업무”라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 유사직역들이 소송대리권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우 의원은 지난해 12월 세무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세무사 등록기간이 2년 이상인 세무사가 기획재정부장관이 매년 1회 이상 실시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조세소송대리인으로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백승재 부협회장은 “법조유사직역이 소송대리를 요구하는 문제는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권리 구제를 무시하는 직역이기주의적 발상”이라면서 “타 전문자격사에게 소송대리를 위해 비용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권리를 구제 받지 못 한 채 상급심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오히려 사법 비용을 증가시킬 뿐”이라고 일갈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전원 교수는 “행정심판은 직권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법률전문가가 아닌 유사직역이 관여해도 국민에게 불이익이 없다”면서 “반면 민사소송은 변론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소송자료 등을 분명하게 입증하지 못하면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으므로 엄격한 시험을 거친 변호사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민사소송에서도 변리사가 소송대리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주장은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한 변리사법 제8조를 근거로 한다.

백승재 부협회장은 “해당 법 조항 제정 당시 특허소송은 특허심판원을 거친 사건에 대해 단심으로 대법원에 서면 심판을 하는 것에 불과했다”면서 “특허소송이 2심 구조로 바뀌고 특허법원이 생기자 변리사가 ‘법정에서 변론’을 수행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형근 교수는 “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변리사에게만 소송대리권이라는 특혜를 부여함으로써 다른 전문자격사들에 대한 평등권을 침해한다”면서 “변호인에게 조력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한 위헌법률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소송대리권 요구 주장은 법전원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 윤남근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학부에서 다양한 과목을 전공하고 법전원에서 소송 능력과 변론 기법을 배운 변호사가 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조세, 특허 등에 전문성을 지닌 변호사가 탄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직역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법전원 도입 취지와 다르다”고 비판했다.

윤성훈 법무부 서기관도 “유사직역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면 별도 법학 교육 없이 사실상 특정 분야에서 법조인 자격을 인정해주게 되는 것”이라면서 “법전원 도입 취지에도 반할 뿐 아니라 변호사제도와 변호사 대리 원칙을 형해화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사직역이 소송대리권 부여를 주장하는 논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성훈 법무부 서기관은 “유사직역 자격시험 과목이 변호사시험에 준하는 법률 체계 전반에 대한 지식을 검증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소송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사법연수원 또는 법률사무종사기관 등에서 이뤄지는 교육 등도 이수하지 않는 유사직역에게 소송대리권을 허용하는 문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변리사의 경우, 1차 객관식 시험에 가족법을 제외한 민법개론, 2차 주관식 시험에 민사소송법이 포함된다. 민법과 민사소송법 시험을 면제 받는 특허청 퇴직공무원 출신 변리사는 2017년 12월 말 기준 538명이다. 세무사 시험에서는 민법총칙과 행정소송법만 1차 시험 선택 과목으로 주어진다. 세무공무원은 1차 시험을 면제 받는다.

정형근 교수는 “변리사시험 과목에 민법개론, 민사소송법이 포함돼 있으므로 법지식이 검증됐다고 하는 주장은 소송대리인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자백한 것과 다름 없다”면서 “소송대리권을 얻고 싶다면 해당 자격사시험에 ‘변호사시험’ 과목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자공학부 학석사 출신 손보인 대한특허변호사회 변호사는 “현행 변리사제도는 소송대리권에 대한 자격과 소양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의뢰인인 국민을 위한 기본 소양을 갖추고 산업재산권과 관련된 원스톱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자격사가 누가 돼야 할지는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변호사와 유사 전문직역 간 동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변호사법 제34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와 동업을 금지하고 있다.

정형근 교수는 “법무법인에 사내변호사로서 고용이 될 수는 있지만 동업은 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난센스”라면서 “유사직역과 동등한 자격에서 동업을 가능토록 하면 자격사제도 근간을 무너뜨리는 주장이 나오지 않고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문성식 변협 부협회장은 “소송대리권이 변호사에게만 주어지는 현행은 당연한 것인데도 국민에게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심포지엄을 개최해야 했다”면서 “국민에게 올바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을 할 때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협은 직역 침탈 시도에 앞으로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김현 협회장은 “유사직역들에 대한 소송대리권 부여 문제는 단순히 밥그릇 다툼이 아니라 법전원 제도 도입 취지와 전문자격사 제도 근간을 심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국민 이익을 위한 소송제도가 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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