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기는 필자가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을 처음 준비하면서 궁금했던 점과 지난 2월 파사디나 컨벤션센터에서 첫 시험을 치른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록이다.

파사디나 시험장의 경우(믿기 어렵지만), 1개의 대형홀에서 약 1000~1500명이 함께 시험을 치른다. 노트북 사용 응시자(Laptop user)와 수기 응시자(Handwriter)의 좌석이 구분되고, 수험생은 이틀동안 같은 자리에 앉게 된다.

책상의 크기는 대략 190×60cm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2인이 함께 사용한다. 각자의 노트북, 마우스, 유무선 키보드, 문제지, 지퍼백 등을 펼치기에 충분하다. 4개의 책상이 1열을 이루고 있고, 감독관(Proctor) 한 사람이 2열(16명)을 맡아 신원 확인, 문제지 배부, 회수 등을 담당한다. 별도의 칸막이는 없어 옆사람과 간단한 인사나 응원을 나누기도 한다.

노트북용 전기 배선은 잘 되어 있다. 책상 1개당 바닥에 2개의 콘센트가 있어 각자 1개의 충전기를 꽂을 수 있고, 별도의 연장 코드는 필요하지 않았다(수험생이 직접 연장 코드를 준비해야 하는 시험장도 있는 듯 하다).

의자는 꽤 앉을 만 했다. 카펫으로 이뤄진 시험장 바닥 덕분에 의자 끌림 등의 소음은 적다.

늘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는 2월도 에어컨을 세게 가동할 수도 있어 걱정했는데 실내온도는 다행히 아주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어드룩을 추천한다. 필자는 추위를 좀 타는 편이라 긴팔, 긴바지에 더해 후드집업을 가져가 걸치거나 무릎담요로 활용했다. 첫날은 쉴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느라 몰랐지만, 다음날은 가만히 객관식(MBE) 문제를 노려 보며 답을 표기하는 과정만을 반복하기에 손이 시렸던 기억이 난다. 모자는 종교적인 이유로 사전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착용할 수 있다.

주의사항, 시험 시작종료, 잔여시간 등은 방송으로 알려 준다. 이를 놓쳤거나, 질문이 있으면 감독관에게 물어볼 수 있다. 잔여시간 알림은 시험종료 1시간, 15분, 30초 전에 방송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험장 내에 시계가 없으므로 탁상용 시계(4”×4” 이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시험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허용된 소지품만 투명한 지퍼백에 넣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필자는 샤프펜슬(mechanical pencil)의 사용을 금지하는 게 가장 불편했다. 오직 연필만 허용되며 연필깎이나 지우개는 소지할 수 없다. 지우개 달린 연필을 여러 자루 깎아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단, 에세이 시험일에 한하여 형광펜, 볼펜 등이 허용된다.

에세이 시험일에 허용된 소지품 중에 인상적인 것은 발 받침, 노트북 스탠드, 베개 등이다. 발 받침 없이 심히 불편한 자리는 아니었음에도, 성인여성 평균 신장 이하인 필자로서는 해당 소지품 덕분에 한결 편했다(아쉽게도 객관식 시험일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허용불허 소지품에 관하여는 공지사항에 자세히 기재되어 있으니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허용된 소지품 이외의 것은 시험장 밖에 보관할 수 있되 주최 측은 분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요약노트, 도시락 등이 담긴 내 가방은 도대체 어디에…? 잠시 고민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이 시험장 밖 복도에 가방을 늘어놓는 것을 보고 필자도 동참했다. 이틀간 시험장 건물에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시험장에 입장하여 떨리는 마음으로 본인의 자리를 찾아가면, 집게형 이름표를 발견하게 된다. 이를 겉옷에 부착한 채로 시험 시작 전까지 화장실이나 복도에 다녀올 수 있다. 필자는 첫 입장 후 다시 나와 화장실을 이용하고, 초콜릿도 몇 개 먹고 들어갔다. 이름표는 시험시간 내내 부착해야 하며 점심시간에는 자리에 두고 나간다. 객관식 시험일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시험 중에 화장실 이용은 자유롭고, 감독관이 동행하지 않는다. 단 시험 종료 15분 전부터는 이용이 불가하다. 자유로이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필자에게는 충분한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시험장 밖 복도에는 정수기가 준비되어 있다.

점심시간은 실질적으로 1시간 정도 주어진다. 시험장 건너편 상가에 먹을 곳이 꽤 있지만, 수험생이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근처 호텔에 묵는 수험생은 객실에서 먹고 오기도 하며, 시험장 밖의 벤치나 계단에 앉아서 먹기도 한다.

에세이 시험을 모두 마치고 감독관이 문제지 등을 회수하는 동안 방송으로 답안지 업로드 절차 등이 안내된다. 이 때문에 첫날은 저녁 6시나 되어서야 시험장에서 나올 수 있다. 앞서 말한대로, 객관식 시험일에도 같은 자리에 앉으며, 허용되는 소지품이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념할 점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시험 운영 방식이나 지침 등에 변화가 있을 예정이며 각 시험장에 따라 사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는 모든 분을 응원하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김예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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