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직역 이익 대변한 개정안, 법사위 문턱 넘지 못하고 제20대 국회에서 폐기
변협, 세무등록 전담팀 구성・세무당국 방문・릴레이 시위 등 앞장서며 직역 수호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에 따라 합헌적 세무사법 개정안 입안 과제는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제21대 국회로 넘어갔다.

세무사법 개정안은 같은 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여상규, 이하 ‘법사위’) 법안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법사위가 위헌소지가 있는 세무사법 조항을 검토하고,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협의를 거친 조정안을 만들 것을 요청했지만, 이를 해결할 법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상규 법사위 위원장은 “위헌성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되도록 두는 것은 법사위로서 무책임한 일”이라며 “앞서 법률해석 최고 기관인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도 해당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한 만큼,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기관들과 협의해 조속히 조정안을 준비하기 바란다”고 재차 당부했다.

문제가 된 세무사법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면서도, 정작 세무대리 핵심인 회계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8월 마련됐던 정부안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관계부처는 물론 국무조정실까지 관여해 도출한 정부안은 세무사법에 명시된 8개 세무대리 업무 전부를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국회 본회의 개최 전날인 19일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하며, 최후까지 직역 수호에 총력을 기울였다.

변협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 부처 간 합의를 무시한 위헌적 법률을 저지하려는 정당한 입법권 행사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국회 법사위원장과 법사위 위원들을 상대로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며, 의회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여상규 법사위 위원장이 “세무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세무사들의 전방위 로비에 시달렸다”고 토로하며, 법사위 위원들이 세무사들로부터 700억 원대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사실을 밝혀 충격을 줬다.

당시 여상규 법사위 위원장은 “부처 간 이견이 있는 법안임에도 법사위에서 이례적으로 빨리 심의가 진행되고 직권상정까지 이뤄졌는데도, 세무사회가 입법 공백 책임을 법사위에 돌리는 것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소송 제기는 입법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변협,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 입법 저지하고자 총력 다해

변협은 그간 변호사 고유업무를 위법하게 침탈하려는 법조유사직역의 전방위적 행보에 빈틈 없이 대응해왔다. 국민이 모든 사법서비스 영역에서 변호사로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먼저 2018년 4월 헌법소원을 통해 개정 세무사법 위헌성을 짚어낸 헌법재판소 결정(2015헌가19)을 이끌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이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인 등록번호 부여를 거부한 데 대해 제기된 행정소송(2018구합78893)을 적극 지원해 지난해 6월 승소로 이끌었다.

잇따른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변협은 즉각 국회 앞에서 세무사법 개악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입법부에 전국 회원의 총의를 전했다.

당시 이찬희 협회장은 “특정 집단 이익만을 대변하는 청탁 입법으로 인해 헌법이 짓밟히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위헌성으로 인해 폐기된 법안을 그대로 발의하는 것은 또다른 위헌 소송을 낳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대외적인 직역수호 활동 외에도 변호사 세무대리 업무를 위한 회원 지원 정책을 함께 추진했다.

올해 1월에는 변협 내에 세무등록 대행 업무 전담팀을 구성하고, 변호사들이 보다 원활하게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지원했다. 변협은 같은 달 8일 전국 회원에게 전담팀 구성 소식을 알리고 세무사 자격증 및 등록증 신청을 독려했다. 세무사 자격을 갖춘 대상 회원 범위(사시 57회, 변시 6회 이전)를 공지함과 동시에 신청 절차와 방법을 상세히 안내했다.

또한 서울지방국세청을 직접 방문해 회원이 제출한 세무사 등록신청서 729건을 전달하고,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실무상으로 세무사 등록 절차 없이는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지난 1월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된 세무대리업무 등록취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2018두49154)을 확정하면서, 변협은 직역수호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찬희 협회장을 비롯한 변협 집행부는 2월 3일부터 수주에 걸쳐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당시 변협은 법사위에 법안 상정이 예정된 상황인 만큼, 의회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법안의 위헌성을 알리는 데 힘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4일 법사위에 문제의 독소조항이 그대로 담긴 세무사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법안은 통과되지 못한 채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변협이 그간 지적했던 바와 같이 법원행정처와 법무부에서도 해당 법안의 위헌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변협 집행부와 변협 세무변호사회 회원 등은 같은 날 국회를 찾아 법사위에 출석하는 위원들에게 세무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거듭 전달하기도 했다.

변협 대국회 활동에서 이찬희 협회장을 보좌했던 이필우 상임정책특별보좌관은 “제21대 국회에서도 변호사들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변협 집행부 모두가 합심해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변협은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 폐기에 안주하지 않고, 차기 국회에서도 변호사의 정당한 세무대리 업무를 보장하는 법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주력할 방침이다.

이찬희 협회장은 “이미 법률에 의해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에 대해 부당하게 업무를 제한하려 했던 세무사법 개정안이 폐기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제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 사법서비스 권익을 먼저 생각하는 개정안, 헌법재판소 결정에 부합하고 관계부처가 공감할 수 있는 합헌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불합리한 직역침탈 행위는 양보 없이 저지할 것”이라며 “변협이 추진하는 법조유사직역 관련 정책들에 대해 회원분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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