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두1214 판결[불이익처분원상회복등요구처분취소]

Ⅰ. [사실관계]

1. 당사자
【원고】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피고】국민권익위원회
【피고보조참가인】甲(선거관리위원회 직원)

2. 처분의 경위

① H시 주민의 일부가 H시장 등을 상대로 주민소환투표의 실시 청구를 하였고 H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수리하였는데, 甲은 H시 선관위에서 관리계장으로 위 주민소환투표에 대한 관련 팀의 팀장이었다.

② 법원은 청구인서명부에 한 서명이 무효라는 이유를 들어 H시 선관위원장의 주민소환투표청구 수리처분을 취소하였고, 이에 경기도선관위는 甲을 P시 선관위로 전보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였다.

➂ 그 후 중앙선관위는 甲이 TV 방송의 인터뷰에서 허위 진술하였다는 이유로 甲에 대한 징계의견을 경기도선관위에 통보하였다. 경기도선관위가 甲에 대한 중징계의결을 자체 징계위원회에 요구하자, 甲은 피고에게 징계요구의 취소 및 불이익의 예방을 구하는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하였다.

④ 피고는 2008. 9. 26. 원고에 대하여 징계요구를 취소하고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로 의결하였고, 2008. 9. 30. 원고에게 위 의결 내용을 통지하였다(‘이 사건 처분’). 그러나 경기도선관위는 2009. 3. 6. 甲을 파면에 처하였다.

⑤ 피고는 2009. 6. 22. 원고에게 甲에 대한 파면 징계를 취소할 것을 요구함과 아울러 甲의 신분보장조치 요구와 관련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불응한 원고 및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의결하였다.

 

Ⅱ. [소송의 경과]

제1심은 이 사건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성이 없다고 하여 각하판결을 내렸으나,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신분상의 불이익한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항고소송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고 제1심 판결을 취소하였다.

원심의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 즉 당사자능력과 원고적격 흠결 주장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한 조치라도 그것이 일반국민에 대한 행정처분 등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의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조치의 위법성을 제거할 다른 법적 수단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그 조치를 한 상대방 국가기관을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는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3.7.25. 선고 2011두1214 판결).

 

Ⅲ. [ 대법원 판결요지]

(국가기관 사이에 어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조치요구를 한 사안에서) : 그 조치요구의 상대방인 국가기관이 이를 다투고자 할 경우, 이는 국가기관 내부의 권한행사에 관한 것이어서 기관소송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나, 행정소송법이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기관소송으로 이 사건 조치요구를 다툴 수는 없고, (또한) 행정부 소속의 기관인 피고 위원회가 헌법상의 독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기관인 원고에 대하여 한 것으로서 권한쟁의심판이 가능해 보이지도 아니한다.

그럼에도 원고가 피고 위원회의 조치요구를 다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처분성이 인정되는 위 조치요구에 불복하고자 하는 원고로서는 이 사건 조치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므로, 비록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Ⅳ. [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국가기관의 원고적격이 문제되는 것은 특정한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의 처분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행정소송법은 '취소소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처분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한다.'라고 규정하여(제13조 제1항 본문), 처분을 행한 행정청이 피고가 됨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처분청인 국민권익위원회가 피고가 되는 당사자능력과 피고적격을 갖고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행정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원고의 경우에, 권리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행정기관이 원고로서의 당사자능력과 더 나아가 원고적격을 갖는지 문제 된다.

 

2. 국가기관의 원고적격 가능성

가. 인정 여부에 관한 학설과 판례

1) 학설 : 부정하는 견해에 의하면, 첫째, 국가기관이 원고로서 국가에 소속된 다른 국가기관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소송으로서 그 자체가 모순이다. 둘째, 기관의 당사자능력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는 독일의 입법례에서도 내부기관소송은 일반 이행의 소나 보충적으로 확인의 소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는 논거이다. 위 견해에서는 이 사건에서 원고를 국가기관으로 전제하는 것보다, 원고가 소속기관의 관리자 내지 책임자로서 ‘자연인’의 지위에 서 있다고 보며, 이 경우 원고는 자연인으로서 항고소송에서 당사자능력이 있게 된다는 논리이다.

부정설에 대하여는, 넓게 보면 권한쟁의심판이나 기관소송도 동일한 행정주체간의 쟁송이므로 반드시 모순이라고 볼 수 없고, 또한 우리는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더욱 항고소송의 제기 필요성이 기대된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2) 판례 : 국가기관이나 행정청 등에 관하여 그간의 판례는 당사자능력을 부정해 왔던 터라, 원고적격에 대하여도 당연히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판례에 의하면, 법인의 기관 등은 당사자능력이 없으며(대법원 1992.05.12. 선고 91다37683 판결-노동조합 선관위는 노동조합의 기관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소송당사자가 될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인 군(郡)의 하부행정구역인 읍 ․ 면도 당사자능력이 없다(대법원 2002.03.29. 선고 2001다83258 판결). 학교의 경우에도 당사자능력을 부인한다. 예컨대, 서울대학교는 국가가 설립·경영하는 학교임은 공지의 사실이고, 학교는 법인도 아니고 대표자 있는 법인격 없는 사단 또는 재단도 아닌 교육시설의 명칭에 불과하여 민사소송에 있어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1.06.29. 선고 2001다21991 판결). 나아가 국립대학의 관리청인 대학총장의 경우에도 당사자능력을 부인한다. 충북대학교 총장이 연기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거부처분 취소사건에서, 충북대학교 총장은 “대한민국이 설치한 충북대학교의 대표자일 뿐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각하한 바 있고(대법원 2007.9.20. 선고 2005두6935 판결), 로스쿨 인가조건을 지키지 않았다가 로스쿨 정원축소와 시정명령을 받은 강원대학교 총장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학생모집정지처분과 취소명령 취소사건에서 국립대학 총장은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각하 판결한 사례가 있다(서울행정법원 2012.5.17. 선고 2011구합32485 판결).

이렇듯 판례는 국가기관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부인해 왔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국가기관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것이다(대법원 2013.7.25. 선고 2011두1214 판결).

 

나. 국가기관 내부에서 소송 가능성

국가기관이 국가나 국가기관의 처분에 대하여 다툴 수 있는 방법은 권한쟁의심판의 제기 또는 기관소송과 항고소송 중 하나이다.

1) 권한쟁의심판의 가능성 : 국가기관 상호간의 분쟁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된다(헌재법 제62조). 그러나 권한쟁의심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의 추상적인 존부와 범위의 판단에 집중하고 단순히 처분의 위법이 문제되는 구체적 사안은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권리구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 기관소송의 가능성 : 우리 행정소송법은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행소 제45조) 국가기관의 다른 국가기관의 처분에 대하여 법률의 규정이 없는 한, 기관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3) 항고소송의 가능성 : 일반적인 기관소송이 인정되지 않고 또 헌법상의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에, 구체적 사안에서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제기가 필요할 것이며 그 전제로서 기관의 당사자능력이나 원고적격 인정이 문제되는 것이다.

4) 소결 : 국가기관이라도 당사자능력이나 원고적격이 이론상 또는 논리적으로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사소송법상의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국가기관이 상급기관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가 개별법에 규정되어 있다. 예컨대 주무부장관이나 상급지방자치단체장의 시정명령(취소 ․ 정지처분)에 대한 이의소송(지방자치법 제169조 2항), 위임청의 직무이행명령에 대한 이의소송(지방자치법 제170조 3항) 등을 항고소송의 일종(또는 특수한 항고소송)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한바, 이러한 특수한 항고소송은 당사자능력 내지 원고적격을 실정법이 인정한 경우이다.

나아가, 필자는 국가기관에 대한 당사자 능력의 인정을 위한 학문적 시도로 ①당사자능력의 의제,②형식적 당사자능력, ➂단체구성원의 원고적격 인정 등의 이론구성을 제시한 바 있다(이철환, “항고소송에서 국가기관의 원고적격”, 숭실대 법학논총, 제33집, 2015. 1. 논문 참조).

 

3. 결론 (평석)

어느 국가기관의 조치요구 또는 처분에 대하여 상대방인 국가기관도 이를 다투고자 할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기존의 판례에 의하면 국가기관의 당사자능력을 부정하여 원고적격도 당연히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따라서 항고소송의 제기도 할 수 없었다. 현행법 아래에서 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처분 상대방인 국가기관의 권리보호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기관이라도 당사자능력이나 원고적격이 이론상 또는 논리적으로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처분에 대하여 다투어야 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비록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라고 판시하였는바, 항고소송에서 법인격 주체가 아닌 국가기관에게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며, 국가기관이나 행정기관도 실질적으로 소송상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치요구를 받은 국가기관이 이를 다투고자 할 경우 기관소송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나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기관소송으로 이 사건 조치요구를 다툴 수는 없고 또한 권한쟁의심판이 가능하지도 않는다는 전제를 확인하고서, “그럼에도 원고가 피고 위원회의 조치요구를 다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이라고 하여 최후적 ․ 보충적으로 국가기관에게 당사자능력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쟁송방법의 유무는 항고소송절차에 있어서의 당사자능력 또는 원고적격에 관한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라 할 것이며, 그 예외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원심판결에서는 “그것이 일반국민에 대한 행정처분 등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의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조치의 위법성을 제거할 다른 법적 수단이 없는 경우”라고 상당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또한 “비록 원고가 국가기관에 불과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가진다”라고 설시하였는데, 원고의 지위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근거제시가 없는 점, 다른 보호조치의 방법이 없을 때에 보충적으로 인정하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보이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떻든 당사자능력과 원고적격의 인정이 필요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인정을 위한 요건 내지 기준의 설정과 인정한 이유 제시는 필요한 것이다.

사인이 아닌 국가의 경우에 판례는 이미 항고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비록 국가기관이나 행정기관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권리구제의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사자능력을 의제하거나 형식적 당사자능력의 인정, 단체구성원에 대한 적극적 원고적격 부여 등을 통하여 권리구제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향후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철환 변호사
광주회, 법무법인 광주로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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