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성 KBS 기자

처음 기자가 되신 이유, 법조인의 길을 택하신 이유, 법조전문기자로 일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신문에 소개될 만한 장점이 있는 사람은 아닌데, 변호사로서 기자로 일하는 것이 특이해 보여서 그러셨을까요. 내세울 만한 것도 없는데, 대한변협신문이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저는 로스쿨 진학 전에는 파이낸셜뉴스, 경향신문 법조팀에서 일했어요. 애당초 기자가 된 것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제일 정직한 대답일 듯합니다. 사회적 공기로서 기능한다거나 어떤 지사적 포부를 품었다기보다는, 남보다 더 빠르게 어떤 정보를 알게 되고 또 이를 가감 없이 대중에게 전달함으로써 사회를 움직이는 기자의 역할 자체가 제겐 대단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체력이 닿는 한, 기자는 재미있는 직업이에요.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건 경향신문 법조팀에서 검찰 출입기자로 일하던 때였습니다. 법 지식이 하나도 없으면서 법조기자를 하려니 당연히 쉽지 않았는데요, 취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하 ‘취재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때마다 화가 나곤 했거든요. 취재원의 얘기에 반론하거나 추가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어도 아는 것이 없으니 한계가 있으니까요. 점점 법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고 마침 로스쿨도 생긴 차라서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이왕 법 공부 하는 김에 ‘변호사 자격증까지 얻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법조인의 길에 들어선 건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택할 수 있는 길 아니었나 싶습니다.

변호사를 하다 법조전문기자가 된 건 처음에 기자를 시작할 때의 마음이 지금도 마찬가지여서에요. 재미있는 직업이라는 생각. 로스쿨 갈 때도 변호사라는 새로운 진로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반, 나머지 절반은 기자의 길을 다시 걸어도 좋겠단 생각이었어요. 그 때만 해도 자격증을 가진 법조전문기자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롱런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로스쿨 졸업 후엔 머니투데이 법조팀을 거쳐 지금은 KBS에서 법조전문기자라는 과분한 직함을 짊어지고 있는데, 제가 가보지 못한 방송사의 법조전문기자라는 길을 걷는 게 그 자체로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거기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론 저같은 변호사인 기자가 외국처럼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해요.

 

방송국 법조전문기자와 신문사 법조전문기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아직 8개월 밖에 되지 않아 대답하기는 낯선 문제네요. 관련 분야를 취재해 기사로 제작하는 역할 자체는 동일하게 수행하는 것이라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 듯합니다. 오히려 신문과 방송의 매체 간 차이, 영상을 필요로 하느냐 아니냐가 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로서 여러 출입처를 경험하셨는데 ‘법조’ 이외에는 어느 출입처를 담당하셨나요, 또 ‘법조’는 다른 출입처와 비교하였을 때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첫 회사인 파이낸셜뉴스에서는 포털, 전자제품 등 IT산업을 담당했고, 경향신문에서는 산업부에서 삼성, LG전자 등 전자업계, 대한상의 등 재계, 부동산 및 건설 등 다양한 출입처를 담당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만 말씀드리면 법조라는 출입처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출입처라고 생각해요. 취재원과 취재기자 사이의 정보격차가 대단히 크다는 점에서인데, 기업들처럼 홍보하려는 분들이 있어서 보도자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 회사에서 주는 기본적인 연락망 외에는 정보가 없어요. 검사나 판사, 변호사들을 비롯한 취재원 분들은 개개인이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데 애당초 ‘기자를 아쉬워하지 않는’ 취재원들이 상당수입니다.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정보격차를 메우는 시간이 대단히 오래 걸리고, 심지어 메우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고요. 또 처음 본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대단히 낮아 인맥과 학맥이 아직도 '열쇠'가 되기도 하는 출입처이고, 빠르게 취재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법조란 출입처의 고유한 모습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변호사인 법조전문기자의 장점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변호사가 직접 법적 이슈를 다루다 보니 혼자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단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률전문가를 굳이 찾아 물어볼 필요가 적으니까요.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로 기사로 쓸 수 있으니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현장에서 동료 기자들에게 취재 과정에서 빠른 조언을 해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불필요한 소송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같은 경우엔 변호사 출신 기자들이 많고 보편적인데, 우리나라도 점점 변호사들이 많아지는 만큼 그런 형태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독’기사를 많이 쓰는 기자가 되고 싶으신지요.

사실 예전에는 단독이란 단어가 붙은 특종기사를 많이 쓰는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기자라면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하구요. 지금도 그런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고, 사회를 진동시키는 단독 특종기사의 가치는 형언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특종은 땅을 파다보면 우연히 나오는 부산물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오히려 ‘저만 쓸 수 있는 기사’에 대해 더 관심이 갑니다.

전의 회사에선 수천 장의 계약서를 공정위 표준계약서와 비교한 기사를 쓴 기억이 있는데, 이를테면 그런 기사들은 심층보도의 영역인 거죠. 다른 기자님들은 쓸 수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 기사, 그렇게 많이 읽히지는 않더라도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면 제 기사를 보고 답을 얻어가는 그런 기사를 쓰고 싶은 겁니다. 그래야 제가 기자로 다시 돌아온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구요. 얼마 전에는 기사에 인용된 연구보고서를 집필한 판사님, 그리고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시는 공무원들로부터 유익한 기사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는데, 그날 대단히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으신가요. 또, 그동안 취재했지만 보도하지 못한 기사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얼마 전에 강북삼성병원에서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신 교수님이 계셨어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었는데, 그분이 결국 '의사자'로 지정이 안 됐어요. 보건복지부에서 의사자 지정을 안 해준 이유를 알아보니, 그 교수님이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를 하다 당시 상황을 찍은 CCTV를 입수해서 보도를 했어요. 공개가 한 번도 안 되었던 장면들이기도 하고, 반드시 알려서 국민들의 눈으로 판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도 이후 감사하단 말을 받기도 했습니다. KBS 입사 이후에 크게 이슈화된 기사이기도 해서 기억에 특히 남네요.

 

서초동 외의 수도권(인천, 경기), 지방에서 발생하는 법조이슈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서 발생하는 재판이나 수사사건 등은 잘 보도되지 않는 게 사실인데요. 가장 큰 이유는 언론사 '법조팀'이 주로 서울중앙지법과 중앙지검, 대검찰청, 대법원, 헌법재판소 정도를 출입처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법, 지검 사건은 전국에 자주 보도되지만 지방 사건은 해당 지방에서만 보도되는 일이 발생하곤 하는데요.

체감하기에 동서남북 지검이나 지법까지는 각 언론사 사회부가 담당하기에 사건이 보도되는 일이 많지만, 지방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각 지국이나 지역 배치기자가 담당하시게 되죠. 한정된 인력이 배분되는 과정에서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기자가 투입되기 때문에, 특히 법조인들의 관심사와 일반 국민들의 관심사가 유리되는 경우엔 중요해 보이는 법조 이슈가 보도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발생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다만 최근에는 고유정 사건처럼,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도 수도권 언론사에서 기자를 파견해 취재에 임하게 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 같습니다. 더 열심히 발품을 팔 테니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법조기사는 이른바 ‘검찰발’ 기사의 비중이 압도적인데, 그 이유는 무엇이고, 개인적인 견해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뉴스는 새로운 정보, 사실을 전하는 게 본령이기 때문에, 다소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수행하는 수사업무는 속성상 밀행성을 띠고 진행되고, 기자의 레이더에 걸려서 나오게 되는 정보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이잖아요. 당연히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서 보도량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법원에 계류된 사건은 법원에 오기 전에 이미 소송 전 단계에서 상당 부분이 보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도 비중에 있어 기사의 신규성 측면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드물게 법원에 와서 밝혀진 사건이 나오곤 하는데, 그런 사건의 보도량은 검찰발 기사에 못지않게 많거든요. 다만 요즘엔 법원을 비롯해 재야 법조계에서도 충분히 기사가 발굴되고 있고,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 추세로 보입니다.

 

법조기사가 소위 '경마식 보도'가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경마식 보도라기보다, 이슈가 발생하면 급격하게 기사가 몰린다고 표현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은데요. ‘법조’보도라는 게 전형적으로 검찰수사가 시작되면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단독행렬이 이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혹이 불거진 직후는 새로운 팩트의 가치가 가장 높아지는 시기이다 보니까요. 조악한 예를 들면 검찰에서 청와대 누구를 수사한다는 이슈가 나왔다고 치면 수사 대상은 어디까지인지, 무슨 이유로 수사하는지 같은 육하원칙에 해당하는 내용들은 그 자체로 뉴스이고, 거기서 파생된 팩트마저도 역시 주된 보도 대상이 됩니다. 누구나 그 시점에서 관심을 가지니까요. 특히 제 경험상 법조 이슈는 그 당시에 외곽취재를 통해 ‘같이 가지 않으면’ 취재원 확보조차 어렵고, 새로운 의혹 제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 요소들 때문에 단기간 기사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백인성 KBS 기자·변호사 주요 경력
변호사시험 5회
한국방송공사(KBS) 법조전문기자·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령심의특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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