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벚꽃길로 유명한 온천천에 “건강 거리를 유지하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곳은 평소 운동이나 산책을 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사회적 거리’보다는 ‘건강 거리’라는 표현이 좀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장기화되자, 세계보건기구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 ‘물리적 거리 두기’라는 표현을 권장한 바 있다. 이후 사회적 거리, 물리적 거리, 안전 거리, 건강 거리 등 다양한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모두의 건강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건강 거리’라는 표현이 적정해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속적인 ‘건강 거리 갖기’ 운동을 제안하려 한다. 건강한 관계, 건강한 사회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거리’보다는 ‘건강 거리’를, 상호간 거리는 두되 사회적 유대감은 유지하자는 의미에서 건강 거리 ‘두기’보다는 건강 거리 ‘갖기’를 이행해보자.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건강 거리 갖기’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행되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실천 과제 몇 가지를 상기시켜 보고자 한다.

먼저 공과 사를 구분하자. 한국 사회에서 학연과 지연에 기초한 은밀한 네트워크는 공공연한 사실이고, 이 은밀한 네트워크가 부정부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동문이나 동향 사람 간에 건강 거리를 갖자.

가족 간에도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자. 부모와 자식은 서로의 소유물이 아니고, 서로에게 영원한 스폰서도 아니다. 마치 가족 구성원이 자신의 분신인 양 상대를 통해 잘못된 욕망을 실현하려 하지 말고, 가족 간에도 건강 거리를 갖자.

직장에서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강요하지 말자. 상급 직원이 하급 직원을 사적인 일에 동원시키거나 불필요한 회식에 참석하게 하는 행위, 업무 외적인 요소를 근무 평가에 반영하거나 사적인 감정으로 동료 직원을 따돌리는 행위 등 직장 내 괴롭힘도 서로 간에 거리 조절을 잘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다. 건강한 조직 문화를 위하여 직장에서도 건강 거리를 갖자.

비대면 관계에서 예의를 지키자. 콜센터 직원에 대한 막말, 온라인 성범죄 등 비대면 관계에서의 피해 유형이 나날이 다양해지고 그 수도 증가하고 있다. 대면 관계에서는 차마 하지 못할 언행을 비대면 관계에서 스스럼없이 한다는 것은 비대면 관계의 거리감을 이미 알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 비대면 관계에서도 건강 거리를 갖자.

변호사도 이해관계자들과 적정한 선을 지키자. 전관예우, 집사 변호사 등 법조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도 결국 이들 사이의 지나친 유착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변론, 변호하는 것이 변호사의 책무이지만, 이것이 공정한 사법 판단을 저해하는 행위로까지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변호사들도 의뢰인, 검찰, 법원 등 관련자들과의 관계에서 건강 거리를 갖자.

이처럼 코로나19 그 자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 전반에 울린 경종은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우리의 행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지속적인 건강 거리 갖기’로 건강한 관계,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

 
 
 
/이미주 변호사, 부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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