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오빠 측에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나 자녀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취지의 이른바 ‘구하라법’ 입법을 청원했다. 이는 고인의 사후, 20여 년간 연락조차 되지 않았던 고인의 어머니가 갑자기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한 데 그 배경이 있다. 이 문제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 때도 익히 지적되었던 부분이다. 자녀를 유기하고 찾지도 않았던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이 당연한 듯 보상금과 보험금을 수령하고, 상속권을 주장하며 물의를 일으키는 모습은 대중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문제는 상속결격사유를 정하고 있는 우리 민법 제1004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민법 제1004조는 피상속인 등에 대한 살해나 상해치사와 같은 범죄행위와 사기, 강박 등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의 유언을 방해하는 행위 등 5가지의 상속결격사유를 정하고 있는데, 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는 당연히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피상속인에 대한 의무이행을 현저히 해태한 자라 하더라도 민법상 정해진 상속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얼마든지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고, 유류분 반환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속의 목적과 본질에 반하는 결론이다. 상속은 망인과 함께 생활 기초를 형성한 자들에게 망인의 사후에도 그 생활을 계속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동생활에 기여한 자들에게 국한된 상속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이에 참여하지 않은 자는 상속에서 배제되어야 함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상속결격제도는 일반의 법 감정과 평등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아동학대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부모에 대해 제대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녀 또한 존속유기 내지는 학대의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민법 제1004조는 피상속인 등에 대한 살해, 상해치사 등의 범죄행위를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으면서도 이에 못지않은 아동학대와 존속유기, 학대의 경우는 제외하고 있는바, 현대사회에서 피상속인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피상속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와 결코 달리 볼 수 없다.

피상속인의 의사에 부합하는 상속의 실현 또한 중요한 문제다. 피상속인이 자신에 대한 의무를 불이행한 자에 대하여도 상속을 당연히 허용했을 것인가는 분명 생각해볼 부분이고, 유류분 제도가 존재하는 한, 유증이나 기여분 제도로는 피상속인의 의사를 온전히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처럼 현행 상속결격제도는 분명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외국의 입법례들이 상속권 박탈 제도를 인정하면서 그 사유 중 하나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을 두고 있음을 고려해본다면, 개선의 방향은 이미 충분히 제시된 것인바, 이에 따른 상속결격제도에 대한 검토와 보완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안미현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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