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감염 클러스터를 발견한 직후여서 긴장이 나날이 높아져 가던 때였다. 일정이 미뤄지거나 취소되기를 기대했건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역병 유행에 대해 민감하지 않았던 탓에 결국 다녀와야 했다. 한국발(發) 비행기였음에도 입국절차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출장 기간 내내 자유롭고 아무렇지 않게 모임을 하는 사람들과 아무도 마스크를 끼지 않는 풍경이 새삼스러웠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오던 마지막 날 저녁, 달콤하고 따뜻한 공기가 코끝을 맴돌자 돌아가 맞닥뜨릴 한국의 긴장된 상황과 대비되어 괜히 울컥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시간이 코로나 이전 세계에서 누리던 평범한 일상의 끝자락이었다.

귀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하면서 재택근무를 하였다. 마침 법원이 특별휴정기를 실시하거나 기일을 미루어 큰 짐을 덜었다. 의뢰인과 상담, 수임도 비대면으로 해보니 이것도 할만하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원격화상재판이 실시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새로운 생활양식에 필요한 도구와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학교교육의 현장 탈피가 개시되고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진영논리를 떠나려고 하며 새로운 산업구조 재편이 목전에 있다. 역학조사로 드러난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이 순수하게 사회적 비용과 공동체의 이익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도 놀라운 변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은 우리 세대를 위협하는 최대의 위기라고 규정될 것이다. 기약 없는 치료제를 기다리며 감염속도를 늦춰야 다 같이 산다고 하여 시작된 변화들. 역사에 남을 거대한 전환이 시작된 셈이다. 대유행이 잠잠해진다고 하여도 코로나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 세계와 작별을 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법적 갈등도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로서 그 변화에 기여할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된다.

 

/이영주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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