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수많은 의견서를 썼고, 사내변호사가 되어서도 꽤 다양한 분야의 여러 의견서를 읽어볼 수 있었다.

회사에 오기 전에 내가 나름대로 고민해서 썼던 의견서 가운데 상당수가 학설과 판례를 나열하면서 크게 의미 없는 대안들을 제시하는데 그쳤던 영혼 없는 의견서였음을 깨닫게 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내변호사가 로펌 등에 의견서를 요청하는 것은 대부분 신사업 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진행 여부 또는 세부적인 방향을 결정하고자 하는 경우다. 또는 결론을 알면서도 기관 등에 제출하기 위해 의견서를 받는 경우라고 생각된다.

특히 전자의 의견서는 회사의 사업방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스타트업의 경우 기존에 없던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기존 법령의 틀을 벗어나 규제 기관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의견서일수록 많은 고뇌가 녹아 들어 있으면서도 간결하게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유의미한 법률 의견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사내변호사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하나 느낀 것은, 이처럼 중요한 로펌의 의견서도 출발점(starting point)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 다음 단계에서는 의견서에 나타난 방향성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내변호사가 생동감 있는 의견서를 토대로 다른 임직원들을 설득하고 협업하면서 하나의 신사업 내지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로펌 변호사라면 사내 변호사 입장을 생각해 보고 사내 변호사라면 로펌 변호사 입장에서 나라면 어떻게 의견서를 쓸지 생각해 본다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서로의 입장을 겪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간격을 좁혀야 의견서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환 변호사

(주)한국위메프 법무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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