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는 법원을 대신하는 대체분쟁해결제도(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재는 법원보다 오래된 제도이며, 당사자의 합의에 기한 유연한 절차진행이 가능한 적절한 분쟁해결 제도(Appropriate Dispute Resolution)라고 소개하고 싶다.

다시 말해 소송이 기성복(Ready-made)이라면 중재는 분쟁의 성격에 맞춘 맞춤복(Tailor-made)이다. 거기다가 실효성도 막강하다. 단심으로 내려지는 중재판정은 법원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중재법 제35조). 중재는 국제상사분쟁의 적절한 해결을 위해서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법원보다 인정받는 분쟁해결방법이다. 대한상사중재원에 접수되는 국제사건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국내변호사들이 주목할 부분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중재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고 앞으로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접수된 443건의 중재사건 중 373건이 국내사건이다. 법원과 달리 비공개가 원칙이므로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건설,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사건이 중재로 해결되고 있다. 중재는 변호사들이 법원소송보다 접할 기회는 적지만 점점 더 그 저변이 넓어지는 추세이므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이 2016년 6월 15일 법무부로 주무관청 변경(기존 산업통상자원부)된 것도 중재제도가 단순히 국제거래에서만 활용되는 제도가 아니라 다양한 분쟁분야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재는 재산권상의 분쟁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화해로 해결할 수 있는 비재산권상의 분쟁도 대상으로 하며, 계약상의 분쟁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당사자의 합의만 있으면 가능하다(중재법 제3조). 따라서 불법행위, 공정거래나 지식재산권이 관련된 분쟁이라도 사법상의 분쟁이 실제로 다툼의 대상이라면 중재가능성이 있다.

국가도 중재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6년 12월 27일 ‘중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법률 제14471호)’ 제정 공포, 2017년 6월 27일 ‘중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대통령령 제28148호)’ 제정 공포가 이뤄졌다. 또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8조의2(분쟁해결방법의 합의-본조신설 2017년 12월 19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34조의2(분쟁해결방법의 합의-본조신설 2018년 12월 24일)에는 분쟁해결방법으로 중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명시하여 중재 저변을 넓히기 위해 힘쓰고 있다.

더 나아가 집행의 어려움도 해소되었다. 2016년 5월 29일 ‘중재법’ 개정(대법원 승인, 2016년 11월 30일 시행)으로 집행을 ‘판결’절차가 아닌 ‘결정’ 절차에 의하도록 개정하면서 법원에 ‘중재판정 승인 및 집행결정신청서’를 제출하고 집행결정문을 받기까지 약 한 달 안에 해결되면서 용이해졌다. 참고로 외국 중재판정의 경우 뉴욕협약(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으로 국내에서 집행력이 보장되어 왔다.

그러나 중재가 적절한 분쟁해결방법이 되기 위해서는 중재에 대리인으로서, 중재인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변호사들의 중재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중재 대리인은 신속하고 유연한 절차진행을 위해 사무국과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따라서 사건담당자와 직접 통화하는 것이 좋고, 단심일 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 중재판정취소의 소 외에는 불복방법이 없고, 그 취소사유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서면 및 심리 준비를 성실히 해야 한다. 또한 소송과 달리 당사자의 합의로 절차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절차에 대한 여러 의견을 제출하여 중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들은 비법조인보다 판정서 작성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에 단독중재인 또는 3인 판정부의 의장중재인으로도 활동가능성이 많다. 중재인은 매년 위촉심사가 있으며, 중재교육원의 교육과정, 중재전문가 아카데미를 통해 준비할 수 있다. 신속성, 유연성, 비공개성 외에 중재절차의 장점은 각계의 전문가로 중재판정부가 구성된다는 점이다. 다양한 직역의 전문 변호사가 중재인으로 활동하여 앞으로 중재시장 활성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증대와 양 당사자가 만족하는 분쟁해결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도혜정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사업본부 국내중재팀,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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