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입기자의 펜대가 줄은 요즘이다. 법조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그렇다. 그 자리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소식이 채웠다. 참 바쁘게 달렸던 8개월이었다. 지난 6월 ‘김학의 의혹 수사’를 시작으로 ‘조국 일가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으로 이어졌더랬다. 누군가는 의혹을 수사했고 누군가는 의혹을 취재했지만 지금 보니 의혹만 더 쌓였다. 현혹되기 딱 좋은 요즘이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대변인에게도 바빴던 시간이었다. 한땐 양측에서 경쟁적으로 뿌리는 입장메시지에 골치가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취재를 요청하면 답변을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그때의 법무부가 그랬다. 어렵사리 관계자와 전화 연결이 됐더라도 “잘 모른다”는 말만 도돌이표처럼 돌아왔다. 당사자가 모르겠다니 의혹만 쌓여갔다. 의혹은 모순으로 이어졌다.

8개월 새 바뀐 많은 제도가 현재, 모순 속에 운영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비공개 소환 다음 날 ‘피의자 공개소환 전면 폐지’가 결정됐다. 하지만 지난 4일 검찰에 소환된 삼성 고위 인사들은 여전히 그대로 노출됐다. 최근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원칙도 그렇다. 왜 하필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이번 공소장이 ‘비공개’ 첫 케이스냐는 기자의 질문에 추미애 장관은 “감내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과거 검찰 공소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추 장관의 모습과는 달랐다.

모순이란 키워드는 일부 법조계에서 지난 1월 ‘상갓집 항의’의 재해석으로도 이어졌다. “조국 무혐의”를 주장한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양석조 당시 대검 선임연구관이 “네가 검사냐”고 공개 항의한 행동이 어쩌면, 검사동일체 원칙을 깬 사례이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이번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각자가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보석 같은 존재가 돼라”고 강조했었다. 추 장관에게 ‘상갓집 추태’라고 명명됐던 양 검사는 보석 같은 존재가 됐다.

이런 의혹과 모순의 환경 속에 최근 법무부 대변인실이 서울고검에 차려졌다. ‘의정관(議正館)’이라는 명칭에 맞게 바름을 논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동안 법무부가 거리가 먼 과천에 있어서, 기자들이 검찰에 경도돼 법무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는 일부 의견은 여전히 물음표다.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른다”는 식의 답변들이 의혹을 만든거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니, 어쩌면 ‘현혹’되기 딱 좋은 지금을 살아가는 기자들이 몸부림친 거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니 모순도 보였던 거다. 어느 영화 속 명대사처럼 “무엇이 중헌지” 지금의 의정관은 알고 있을까.

 

 

/백승우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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