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국가인권위, 2019년도 인권보고대회 개최 … 열악한 인권 실태 고발해
치료감호소 확대로 재범 방지, 사회 복귀 돕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해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살면서 1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다. 많은 사람이 흔히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가 위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 13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와 공동으로 ‘2019년도 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2019년도 인권보고서 발간을 기념하고, 논의가 필요한 인권 분야에 대해 함께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찬희 협회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인사들과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인권 수호를 위한 슬기로운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인권보고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인권 분야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애 위원장도 “최근 한국 사회에는 여성, 이주민과 난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고 있어 우려가 깊다”면서 “이런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모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전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위법행위를 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열악한 치료 처우와 그에 대한 개선을 논의했다. 김도희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변호사)은 “치료감호 범위에 비해 급여, 정원, 수가 등 문제로 예산과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증가하는 정신보건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치료감호소는 인력이 부족하고 시설은 미비하다. 치료감호를 담당하는 병원은 국립법무병원인 공주 치료감호소와 지정법무병원인 국립부곡병원 뿐이다. 2018년 공주 치료감호소에 구금돼 치료를 받는 심신장애자, 약물중독자, 성적장애자 등은 1051명이었다. 정원은 900명이다.

윤웅장 법무부 치료감호소 행정지원과장은 “치료감호소 의사는 공무원 급여체계를 적용받아 급여가 민간 의사 급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의사 확보가 매우 어렵다”면서 “약물투여 외에 언어치료, 놀이치료, 학습치료 등 특수치료가 필요한 자폐성 장애 환자를 치료할 환경을 갖추기도 힘든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치료감호를 선고해도 보낼 치료감호소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중증 자폐성 장애와 조현병, 강박증을 가진 피고인이 4세 여아를 내던져 뇌진탕을 입히고 여아 아버지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상해죄와 폭행죄로 기소됐다. 당시 치료감호소는 약물 복용 외 자폐장애를 위한 치료과정이 운영되지 않고 있는 반면, 전문심리요원은 정신과적 치료와 법적인 책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시설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고등법원은 벌금 100만 원과 치료감호 처분을 내렸다. 일시적 자유 박탈에 그치는 판단이 될 수도 있는 점을 우려했지만, 적어도 약물복용은 지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재판부는 “치료감호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 시설을 설립·운영해 판결을 적정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치료감호소를 확충하고 내실 있게 운영해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 범죄에 대한 오해도 많이 쌓여있는 상황이다. 김도희 센터장은 “정신질환자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범죄율이 높다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면서 “수사기관 통계나 외국 연구 등을 확인해보면 정신질환자 범죄가 비정신질환자보다 오히려 낮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범죄자 200만 명 중 정신질환자는 0.4% 정도다.

이에 국민 인식 변화를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성중탁 경북대 법전원 교수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가진 국민이 많다”면서 “정신질환자가 사회에 잘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국민 인식 변화를 위한 홍보에 정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 소멸 … 노동인권 문제 대두

이어지는 2세션은 ‘제4차 산업혁명과 인권’을 주제로 진행됐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 노동 비중이 줄어드는 동시에, 인공지능 로봇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견된다. 노동과 무관하게 일정 수준 소득, 즉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의 권리’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문원 변호사는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노동의 소멸’은 본질적으로 ‘잉여인간 발생’과 다름 없다”면서 “대부분 사람이 아무런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한 채 기본 소득으로 소비만 하면서 살아가게 되면 ‘근로의 권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관련 법제도를 우선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성훈 변호사도 “앞으로도 근로가 생활의 기본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기존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 근로관계법제와 사회보장법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필우 변협 제2기획이사도 “데이터 활용에서 입력자와 개발자 간 격차에 의한 차별, 공유 경제 발달로 인한 기존 노동자와 신규 노동자 간 갈등 등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2세션에서는 △정보인권 침해 △전자인간에 대한 법인격 부여 여부 △바이오헬스케어와 인권 △신경세포권 등에 대해 논의했다.

안성훈 변호사는 “인공지능을 위시한 제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우리가 규범적으로 합의하고 보장하고자 노력하는 가치들을 자동적으로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세상을 대비하기 위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권보고서, 이달 말 배부

변협이 발간한 2019년도 인권보고서는 이달 말 변협과 각 지방회를 통해 배포될 예정이다. 인권보고서 PDF는 변협 홈페이지(koreanbar.or.kr)-자료실-기타간행물에서 받아볼 수 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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