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8두49130 판결 -

1. 서론

공표란 행정법상 의무불이행 등이 있는 경우 그 불이행자의 명단과 그 불이행 사실 등을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으로, 그 법적 성질은 행정의 실효성 확보 수단의 하나로서 사실행위여서 그 처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최근 대법원은 공표의 일종인 인적사항공개의 처분성에 관해서 판시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2. 사실관계

병무청장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원고들을 병역의무 기피자로 판단하여 그 인적사항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이하 ‘이 사건 공개’)하자, 원고들이 이를 다투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였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① 제1심은 이 사건 공개가 처분성이 인정됨을 전제로 병역의무 이행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할 여지가 없는 경우까지 인적사항을 공개한다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커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② 항소심은 공개는 사실행위로서 그 자체로 아무런 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공개가 이루어지면 그 자체로 완료되므로 취소로 소멸시킬 법률효과를 상정하기 어려우며, 병역법은 인적사항 공개 여부 등 심의를 위해 지방병무청에 위원회를 두고 지방병무청장은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잠정 공개 대상자에게 통지하여 소명 기회를 주고 통지일부터 6월이 지난 후 위원회로 하여금 잠정 공개 대상자의 병역의무 이행 상황을 고려하여 공개 여부를 재심의하게 한 후 공개 대상자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면 지방병무청장의 공개 대상자 결정이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은 이 사건 공개 전 관할 지방병무청장의 처분을 다투어 이 사건 공개를 저지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상고하였고, ③ 대법원은 ㉮ 이 사건 공개는 대상자의 명예를 훼손하여 병역의무 이행을 간접 강제하는 조치로 병역법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인 점, ㉯ 공개라는 사실행위는 특정인을 병역의무 기피자로 판단하여 그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행정결정의 집행행위인 점, ㉰ 공개 시 대상자의 명예가 훼손되므로, 대상자는 공개결정이 병역법령에서 정한 요건, 절차를 준수한 것인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는 점(재판에서 취소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병무청장은 위법한 결과를 제거할 의무가 있으므로 대상자의 실효적 권리구제를 위해 처분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국가배상청구 외에는 침해된 권리를 구제받을 적절한 방법이 없다), ㉱ 지방병무청장의 공개 대상자 결정의 경우 외부 표시 절차가 관계 법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 대상자에게 통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병무청장에게 최종적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으므로 지방병무청장의 공개 대상자 결정은 병무청장의 최종적인 결정에 앞서 이루어지는 행정기관 내부의 중간적 결정에 불과한 점(지방병무청장의 공개 대상자 결정 후 병무청장이 같은 내용으로 최종 결정을 하였다면 대상자는 병무청장의 최종 결정만을 다투는 것으로 충분하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공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나 소송 계속 중 피고가 이 사건 공개를 직권 취소하여 소의 이익이 소멸하였고 항소심 결론은 결국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4. 검토

가.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그 기준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나. 공표의 처분성 여부

공표는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고 공중에게 특정인의 의무위반행위를 알리는 기능을 하므로 특정한 법적 효과를 지향하지 않고 사실상의 결과만을 가져오는 행위형식이기 때문에 강학상 순수한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속하므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이해되고 있으나, 행정소송법의 목적인 국민 권리 구제의 취지 상 공표의 내용이 처분의 실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서울행정법원 2011. 10. 21. 선고 2011구합16933 판결도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의 처분성을 인정함), 이 사건 공개의 경우 그 실질을 보고 처분성을 인정한 대상 판결에 찬동하는 바다.

 

5. 결론

대상 판결이 공표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고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대상 판결을 계기로 행정상 공표의 처분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그에 관한 판결이 누적되면서 그 법리가 확고히 정립되었으면 한다.

 

 

/구정택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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