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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변혁의 시대

기사승인 [769호] 2020.01.20  10: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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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학의는 왜 무죄가 나온 거래요?”

지인 A씨 목소리에 조금씩 날이 서기 시작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서 시작된 얘기는 어느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으로 치닫고 있었다. 지인 말인즉슨 검찰은 자기 식구에겐 관대하고 조 전 장관은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는 정치적 집단이라는 것이었다.

“가까이서 보면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자 지인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는 더이상 길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판단한 눈치였다. 김 전 차관을 불기소 처분했던 과거 검찰과 기를 쓰고 구속시키려 했던 최근 검찰의 간극에 대해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별장 동영상’이 범죄 증거가 될 수 없는 이유를 한창 설명했지만, 그는 묘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최근 만났던 B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을 반겼다. 그는 “사법부가 검찰 견제를 잘 하면 족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법원 내부에선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고 했다. 법원이 수사 대상이 되기 전까지 검찰은 통제 가능한 줄로만 알았단다. 그러나 판사들이 줄줄이 검찰청에 불려가면서 ‘수사권’의 위력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B부장은 “수사권은 모든 곳을 파고들 수 있는 권한이다. 검찰만 빼고”라고 말했다.

지난해 만났던 C차장검사는 “앞으로 수사하고 싶은 사람은 경찰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신기루 같은 얘기였다. 그러나 13일 저녁 국회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날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개를 2개로 줄인다는 내용의 직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됐다. 이제는 특수통이니 공안통이니 하는 용어들도 과거 유산으로 남게 생겼다.

한격만 검찰총장은 1954년 형사소송법 초안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론적으로는 수사는 경찰, 검사는 기소권만 주는 게 법리상 타당하다. 하지만 앞으로 100년 후면 모르지만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경찰 파쇼보다는 검찰 파쇼가 낫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66년 만에 처음 검찰 파쇼에 금이 가고 있다.

변혁의 시대다. 누군가에겐 상식이었던 세계가 무너지고, 다른 누군가에겐 상식이 실현되고 있다. 한쪽은 국가 부패 대응 역량이 약화된다고 우려하고, 반대쪽은 ‘형사사법체제의 획기적 변화’라고 환호한다. 옳은 쪽에 서고픈 욕망이 있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판단해줄 것을 안다. 기자는 그저 오늘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는 데 충실할 뿐이다.

/구자창 국민일보 기자

 

구자창 국민일보 기자 critic@kmib.co.kr

<저작권자 © 대한변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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