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저는 해외에 있는 친지를 방문했는데요. 그 여행에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현지인과 외부인(관광객)들의 의상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이었는데요. 아마 현지의 환경(기후나 실내 온도 등)에 익숙한 정도라든지, 거리를 걷는 목적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서겠지만, 그런 차이점이 의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사내변호사들을 보면, 입사한 후 얼마나 지났는지가 복장(옷만이 아니라, 착용하는 액세서리와 기타 외모를 구성하는 여러 물리적 요소들)에서 구분될 때가 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연차와 관계 없이, 재직기간이 긴 사내변호사는 일반 직원들과 잘 구분이 가지 않는 복장인데, 갓 입사한 변호사의 경우에는 연차가 높더라도 어딘지 미묘하게 다른 직원들과 다른 복장(더 엄숙하거나, 더 유행에 민감하거나, 더 보수적이거나 등등)을 입는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다른 업종이나 회사에서 일하다 이직을 해 온 변호사들의 경우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런 낯선 느낌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아마, 각 회사마다 다른 ‘문화’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타인에게 호의를 느끼는 경향이 있고, 또 어떻게 옷을 입고 있는가에 따라 같은 사람을 완전히 다르게 평가한다고 합니다.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저 변호사는 내 편”이라는 견고한 신뢰를 얻는 것은 사내변호사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겁니다. 그 신뢰를 얻기 위해 의상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회사의 암묵적인 드레스코드를 빨리 파악하여, 그에 따른 복장을 갖춤으로써 내부 고객(구성원)에게 “나는 당신의 편이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인을 보내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미 신뢰를 얻었다면, 자신의 개성 있는 복장을 내부 구성원에게 전파하여 새로운 드레스코드를 만드는 것도 멋질 것 같습니다. 사내 패셔니스트로 인정받는 것, 성공한 사내변호사의 또 하나의 모습이 아닐까요?

/손승현 변호사

NH투자증권 법무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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