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이혼재판실무에 관하여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혼과 재산분할을 동시에 청구할 수 있고, 동시에 심리가 이뤄진다는 점에 관해서다. 이혼청구를 하는 김에 재산분할 문제도 일거에 해결하는 것에는 장점이 없지 않다. 외국에서도 동시에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예가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그 자체가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쌍방 모두 이혼에 동의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으나, 피고가 이혼을 바라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긴다.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인지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재산분할에 대해 심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피고로서는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재산분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필연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자세가 어느 정도는 나올 수밖에 없으며, 이혼을 바라지 않는 입장에서는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에 곤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원고가 재산분할을 청구하고 법원이 심리를 하면 피고 쪽에서는 자제를 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어느 단계에서는 재산분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그 점에 관해서는 공격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하여 이혼 자체에 대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산분할에 대한 다툼만 치열하게 진행된 결과, 소송기록 대부분이 재산분할에 관한 것이고, 그렇게 치열하게 다투는데 어떻게 같이 살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결국 원고는 재산분할에 관한 싸움을 거는 것으로 이혼이라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법원은 결심 전에 모든 사항에 대해 심리가 마쳐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혼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도 재산분할에 대해 주장과 입증을 모두 하라고 한다. 사실 이혼이 되지 않는다면 재산분할에 관한 주장, 입증은 필요 없는 것인데, 그리하여 피고 측으로서는 하고 싶지 않은 주장, 입증을 억지로 하는 것이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위에 적은 대로, 이혼과 재산분할을 동시에 청구하는 것에 장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피고 측에서 이유야 어떻든 이혼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라면, 재산분할도 동시에 다루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며 당사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심리초기에 피고 측에게 그 사유는 별론으로 하고 이혼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하면 바로 재산분할에 대해 심리에 나아가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재산분할에 관해서는 심리를 보류하고 이혼가능 여부에 대해서만 심리를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이 심리를 하게 되면, 재산분할에 대해 심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심을 하면 이혼청구를 기각한다는 말이 되고, 어느 단계 이후에서 재산분할에 대해 주장, 입증하라고 하면 이혼을 허락한다는 말이 되는데, 법원에서 그러한 판단을 하고서도 애매한 상태로 놓아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이혼 여부에 대한 심리를 마친 다음 일단 결심하고, 이혼이 불가능하다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이혼이 되어야 할 경우라면 변론을 재개하면서 ‘중간판결’로 이혼을 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재판실무상 지금까지 중간판결을 한 사례는 보기 드물었다. 그러나 피고가 이혼을 바라지 않는 경우, 재산분할로 나아가기 전 단계에서 이혼여부에 대해 일단 결론을 제시하는 경우(정확히 말하자면 이혼을 허락하는 경우)야말로 중간판결을 하기에 딱 적당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방식의 심리에는 법 개정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지금 당장에라도 취할 수 있는 심리방식이다. 법원의 전향적 검토가 요망된다.

/임채웅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유)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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