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건의 개요

① 소외 1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후 관할 관청으로부터 ‘농지처분의무 통지’를 받았다. ② 소외 1은 소외 2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 약정을 한 후 소외 2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 ③ 소외 1이 사망한 후 그의 처인 원고가 상속재산 협의분할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외 1의 권리를 취득했고, 소외 2가 사망해 그의 처인 피고가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다수의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는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이유로, ①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다는 점, ② 명의신탁에 대해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다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판례의 태도나 부동산실명법 규정에도 합치되지 않는다는 점, ③ 단순한 행정명령에 불과한 농지법상의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거니와, 그 이유만으로 처분명령 회피의 목적으로 이뤄진 급여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사안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반대의견] 민법 제746조에서 규정한 불법원인급여의 의미, 부동산실명법의 입법과정과 목적,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명의신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인식,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등을 종합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로, ① 부동산 거래 정상화와 부동산실명제 정착을 바라는 시대 상황, 투명한 재산거래의 중요성과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하는 명의신탁을 방지할 필요성에 대해 현재 형성되어 있는 사회 일반인의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충분한 법적 근거가 있다는 점, ② 위법한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그에 따라 등기를 마쳐 무효인 경우에,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의 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지는 민법 제746조가 규정한 요건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문제라는 점, ③ 부동산실명법에서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제도를 둔 것도 명의신탁자 스스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것뿐이므로, 이를 들어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반드시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했던 것이라거나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3. 검토 의견

우선 일반론에 있어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본문, 제4조 제3항 및 제6조 등의 규정이 모두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양자 간 명의신탁의 경우 신탁자, 3자 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매도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위와 같은 부동산실명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해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해 그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재산권 보장에 관한 헌법 제23조 제1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부동산을 급여의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등기를 경유하지 않았다거나, 등기를 이행한 경우라도 등기 원인이 무효인 경우에는 민법 제746조 소정의 재산의 급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1966. 5. 31. 선고 66다531 판결에 의하면,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에도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마쳐진 등기는 원인무효여서 민법 제746조 소정의 재산의 급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므로, 급여 원인이 된 불법의 성격, 의의, 정도 등에 관해 판단할 필요 없이 명의수탁자(피고)의 불법원인급여의 항변을 배척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더 적절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부동산명의신탁의 신탁자는 수탁자를 상대로 ‘양자 간 명의신탁’의 경우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써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청구 또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3자 간 명의신탁(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매도인을 대위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청구(이와 함께 매도인을 상대로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양도인 선의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그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뤄진 다음 부동산실명법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 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탁자가 당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했다고 보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그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 이뤄진 경우에는 신탁자는 애초부터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었으므로 매수자금만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다. 그렇다면 부동산명의신탁의 유형 중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서 명의신탁 부동산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 경우는 ‘양자 간 명의신탁’의 사안에 한정된다 할 것인데, 대상판결은 이 부분에 관해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아니하다(대상판결의 사안은 ‘양자 간 명의신탁’에 해당한다).

 

 

/박상복 변호사·경기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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