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 간의 중고품거래가 활성화 되었다. 중고품거래는 자원절약과 환경면에서도 장려돼야 한다. 그러나 중고품거래는 상품정보에 대한 비대칭성으로 인한 상거래상 위험이 발생하여 상거래를 위축시킨다. 상거래상 발생하는 위험은 궁극적으로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은 이러한 위험을 변화시켜 상거래를 활성화되도록 해석적용 돼야 한다. 기술변화와 사회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거래 여건의 변화에 법은 어떻게 수용하고 대처해 왔을까?

중세에 적용되던 관습법 원칙인 매수자 위험부담(Caveat Emptor)은 “매수자는 주의해야 한다”라는 의미다. 중세에 매수자는 시장에서 거래대상인 물건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통해 물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러한 확인을 통해 알게 된 물건의 하자는 흥정을 통해 곧바로 물건 가격에 반영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매수자 위험부담은 상거래 규모가 작았던 중세시대를 지배하는 법원칙이었다. 이 시기에는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명시하는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소송이나 기망에 의한 불법행위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몇 개의 물건을 구입하면서 명시적인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매수자 위험부담원칙하에서 판매자가 의도적으로 상품에 대하여 허위표시를 한 것이 아니라면 상품의 매수자는 손해를 만회할 수 없었다.

13세기부터 측량, 측정 등을 엄격히 규제하여 수요자를 기망하고 시장거래 공정성을 해치는 경우에 민사책임을 부담시키고 형사처벌도 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16세기 무렵 길드에 의한 상품생산방식이 가내수공업으로 바뀌면서 상품거래가 규모가 커졌고, 상품에 대한 정보는 매수자가 쉽게 알 수 없었다. 상업경제로 변화하면서 시장의 공정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업혁명과 더불어 서서히 매도자 위험부담(Caveat Venditor)원칙으로 변해왔다.

매수자 위험부담 원칙은 판매자가 제공하는 상품정보에 의존하고, 사전에 상품 검사가 불가능한 인터넷에 의한 전자상거래와 SNS의 활성화로 인하여 개인 간에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고거래에는 부적합하다. 현재의 상거래에는 매도자가 자기가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허위표시하거나 매수자를 기망한 경우에는 불공정거래로서 민사 및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매도자 위험부담의 원칙이 지배하여야 한다.

전자상거래 강국인 이웃 중국도 올해부터 공정거래를 강조한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했다. 새로운 기술과 사회변화에 따라 우리도 적극적으로 법과 법원칙의 변화를 수용하고 발전해야 한다. 법도 기술발전과 시대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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