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도입이 눈앞에 다가왔던 항소법원 설치가 지금은 신기루처럼 논의조차 사라졌다. 2009년 7월 전주와, 강원, 수원, 청주, 창원, 울산, 제주 등 고등법원이 없는 7개 지역 지방변호사회가 ‘항소법원 설치를 위한 지방변호사회 협의회’를 구성해 연구용역, 공청회, 서명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2010년 6월 입법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에서도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항소법원 설치 시 개정하여야 할 관련 법률의 축조 연구’ 용역보고서가 제출됐다. 대법원의 적극적인 의사만 있으면 쉽게 마무리 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후 진행이 지지부진해지고 논의가 실종됐다.

항소법원은 현재 항소심을 담당하고 있는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항소부를 합쳐서 단일한 항소법원을 만들어 현재 지방법원이 있는 모든 지역에 설치하는 법원이다. 그러면 1심을 담당하는 지방법원, 2심을 담당하는 항소법원, 3심을 담당하는 대법원으로 각 단계별 심급법원이 단순하고 단일한 법원으로 구성된다.

고등법원의 재판은 고등법원 소재지에 사는 국민만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을 뿐 나머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왕복 3~4시간을 들여 고등법원 소재지까지 가야한다. 통상 5~10분 정도 진행되는 재판을 위해 왕복 3~4시간을 들여 재판정에 가야하는 불편과 수모감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사법서비스 제공자인 대법원이 항소법원의 절심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대법원의 구성원들은 그런 경험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소법원이 현 지방법원 소재지마다 모두 설치된다면 그런 불편은 사라진다.

또 고등법원이 아닌 지방법원 항소부에서 이뤄진 재판은 대부분 재판장을 제외하고는 배석판사들은 단독 판사보다 경력이 부족하다. 그런데 그들이 단독판사들이 한 재판에 대한 항소심을 맡는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1심보다 더 수준 높은 항소심 재판을 바라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 더군다나 1심과 항소심이 단일한 지방법원에서 이뤄지는 다수의 항소심 재판의 경우에는 항소심 재판의 독립성에 일반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제 사법서비스 제공자인 대법원도 항소법원 설치에 대하여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 됐다. 그리고 서울 지역 변호사들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변협도 재판을 하는 국민이 재판정에 쉽게 접근하고 재판을 하는 판사가 보다 독립적이고 높은 수준의 경력과 업무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관점에서 항소법원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니면 지역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항소법원 설치는 서울지역 변호사들에게도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이다. 서울고등법원에서 하던 일부 재판이 인천이나 의정부, 춘천으로 분산된다면 그 사건들에 따라 변호사들 일부도 점차 그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럼 과밀한 서울 지역도 보다 쾌적하고 여유 있는 업무공간을 향유하게 된다.

항소법원은 국가적 과제인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대의에도 부합한다.

오는 2020년에는 대법원과 대한변협의 항소법원 설치를 위한 성의 있는 액션을 기대한다.

 

 

/진봉헌 변호사

전북회·법무법인 제일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