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다237691 판결 -

1. 개요 및 쟁점

A가 B회사로부터 상가 점포와 그 점포 내에 설치된 수영장 시설을 매수하려고 B의 직원인 C와 협의했으나 매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C에게 자력 있는 D를 계약자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B회사가 D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데, 상가의 관리인인 E회사가 D에게 관리비를 청구했다. 이에 D 자신은 명의대여자일 뿐이고 실제 임차인은 A라며 관리비 납부를 거부했다. 이 경우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누가 임차인인지에 대하여 다투어진 사안이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고,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하지만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했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당사자 내심에 있는 의사와 관계없이 서면 기재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이 경우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이 D로 기재돼 있고 A는 대리인으로 기재돼 있는 점, 임대인인 B회사도 D를 임차인으로 이해하고 이를 전제로 행동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은 D라고 보아야 하므로 D는 임대차계약에 기초하여 집합건물의 전유부분인 상가 점포를 점유하는 사람으로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2항에 따라 구분소유자가 규약에 따라 부담하는 관리비 부담의무와 동일한 의무를 진다고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3. 계약당사자의 확정에 관한 법리 - 전용물소권 이론을 포함하여

가. 법률행위를 해석함에 있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당사자의 확정에 관한 문제다. 법률행위의 효력발생 요건으로서 목적의 확정, 가능, 적법성 및 사회적 타당성은 당사자의 확정 이후에 대두되는 문제다.

나. 법률행위가 표상된 처분문서에 기재된 당사자가 확정돼 있고, 거기에 기재된 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 확정에 관한 문제는 일어날 여지가 없다. 또한 처분문서에 기재된 당사자와 쌍방이 인식한 당사자가 상이하더라도, 상이한 부분에 관하여 쌍방이 의사를 같이 한다면 그 또한 문제될 여지가 없다.

계약당사자 확정에 관한 문제는 처분문서의 해석과 관련하여, 일방 당사자가 처분문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계약당사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비로소 문제된다. 계약당사자를 확정함에 있어서 처분문서 해석 뿐만 아니라 계약 후 쌍방의 용태(容態)까지도 탐지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문제는 아니다. 대법원이 하급심을 파기한 사례가 흔히 발견되는 경우도 그 때문이다(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44471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다92487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다. 한편 계약에 따른 급부가 제3자의 이득으로 된 경우 당사자 일방이 직접 계약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는 전용물소권이라는 것이 있다. 전용물소권 이론은 계약당사자의 확정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이행의 소에서 누구를 소송당사자로 지목할 것인지 문제 즉 ‘소송당사자의 확정’ 문제에 더 가깝다. 흔히 대법원이 전용물소권을 부정하는 사례로 대법원 2002. 8. 23. 선고 99다66564, 66571 판결이 언급된다.

대법원은 계약상의 급부가 계약 상대방뿐만 아니라 제3자의 이익으로 된 경우에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상 반대급부를 청구하는 이 외에 그 제3자에 대해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 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돼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인 계약당사자가 채무자인 계약 상대방의 일반채권자에 비하여 우대받는 결과가 돼 일반채권자의 이익을 해치게 되고, 수익자인 제3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돼 부당하므로, 위와 같은 경우 계약상의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는 이익의 귀속 주체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전용물소권을 부인했다.

라. 같은 맥락에서 B로부터 금전대여 요구를 받은 A가, B가 지목하는 C의 계좌로 돈을 지급한 후, C를 금전거래 당사자로 보아 그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 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 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뤄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로도 이뤄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했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계약당사자 확정에 관한 법리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계약당사자 확정에 관한 문제는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법리와 늘 함께 한다. 한편 전용물소권이론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잘못 해석한 하급심 판결을 비판한 것은 대한변협신문 2019. 7. 15.자 판례평석 참조.

 

 

/이한진 변호사

광주회·법무법인 지산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