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열풍이다. 남극에서 한국까지 건너와 ‘우주 대스타’가 되겠다던 10살짜리 펭귄은 현재 꿈을 이루고 있다. 20, 30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직통령(직장인 대통령)’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엉뚱하지만 할 말 다하고 권위도 무시하는 거침없음이 사랑받는 비결이었다. 그런 펭수에 대해 지난 7일, 행정안전부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자료는 “펭수의 외교부 행사 출입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내용이었다. 해프닝 같은 이 사건은 “펭수가 청사 출입 규정을 위반해 논란이 됐다”는 조선일보 기사로 비롯했다. 지난 6일 펭수가 외교부 청사에 들어갔는데 확인 과정 없이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는 거다. 외교부와 행안부는 “사전에 협의했다”며 해명을 내놓아야 했다. 절차의 공정함은 떠오르는 ‘직통령’에게도 피할 수 없는 잣대였다.

공정함의 잣대는 엠넷 ‘프로듀스X101’ 담당 PD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PD의 픽’은 존재했고 국민 프로듀스는 없었다. 해당 오디션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공정하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문제가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는 한 번 더 실망을 맛봤다. “노력만 하면 된다”라는 공정성을 담보한 희망이 녹록지 않은 요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반부패정책회의에서 ‘공정한 사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라는 서두와 함께 공정한 시스템을 강조했다. 이러한 주문에 주요 사정기관장은 너나 할 거 없이 열심히 적고 또 적었다. 하지만 고강도 대책을 주문하고 또 적는다 해서 공정사회가 뚝딱 만들어지진 않는다.

6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문득 떠오른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고른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에서 희망을 찾을 때 공정한 사회가 가까워진다”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는 말 한 마디로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알다시피 우리 사회에서 공정은 더 멀어졌다. 이제 중요한 문제는 녹슨 공정을 다시 끄집어내는 데 있지 않고 ‘공정을 어떻게 실현’하려는가에 있는 거다.

조국 사태를 겪고 소외됐던 공정이 다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중심 가치로 되돌아온 모양새다. 그래서 두렵다. 지난 정권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국면 전환의 발판으로 애먼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나온 게 아닌지를. “그래, 중요하긴 한데 바로 세우기 쉽지 않네”라는 푸념과 함께 또 소모되진 않을지를. 그래서 이 시점에 우리 모두 ‘직통령’의 어록을 새길 필요가 있겠다. 펭수가 말하지 않았나. “누구나 다 특별하다고. 특별하지 않은 건 없다고.”

 

 

/백승우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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