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 길라잡이 기고를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하는 것은, 필자가 15년 이상 사내변호사로 일해 오면서 회사 내에서 사내변호사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무수히 느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은 듣기에서 시작한다. 변호사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 중의 하나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틀 안에서 듣기를 해서, 남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거나, 자의적으로 해석을 하는 것이다.

사내변호사의 고객은 회사 동료들인데, 이 동료들은 나름 좋은 교육을 받고 명석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 고객들이 우리를 찾아올 때는 나름대로 리서치도 해보고, 변호사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왔을 것인데, 그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거나 자의적으로 해석을 해서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고객의 말을 끝까지, 정확하게 듣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 다음은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가령 고객은 B라는 방법으로 일을 진행하고 싶다면서 법적 의견을 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A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지 B라는 방법은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훌륭한 사내변호사라면 고객이 진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소속한 회사의 사업 계획, 업계 환경, 관련 법령 등에 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고객에게 B라는 방법은 부적절하지만 A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을 하거나, 나아가 직접 대안을 제시할 때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채주엽 변호사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전무

한국사내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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