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의 중요성이 많이 거론되고 있는 요즘, 어느 블로그에서 “공감능력도 지능이다”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공감이란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어떨까”라는 생각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온전히 감정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이성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공감이 감정에만 치우치다보면 옳고 그름의 판단이 흐려질 수 있고, 이로 인하여 갈등과 대립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의뢰인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면서도 이성적인 사고로 일을 해야 하는 변호사들에게 위 글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이맘때 여성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싶다며 사무실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이혼 소송을 하고 싶은데, 무조건 여성 변호사가 맡아주기를 원한다고 했다.

당시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던 선배 변호사님께 이 이야기를 하였더니 “내 이름이 꼭 여성 이름 같잖아. 한 25년 전에 내가 개인 사무실을 할 때, 사무실 간판만 보고는 여성 변호사인 줄 알고, 이혼 소송을 맡아 달라고 온 사람이 있었어”라고 하셨다.

이처럼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혼소송의 의뢰인들이 여성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아도 아직까지 명쾌한 이유를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 변호사가 공감을 잘 해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이유를 공감능력의 차이로 본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조심스럽게 유추해보면, 아직 우리 사회에서 공감은 이성보다 감정의 영역에 가깝고, 여성이 남성보다는 조금 더 감정적이라는 일종의 통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혼소송의 특성상 의뢰인은 변호사가 객관적인 사실의 확인을 넘어 본인의 감정에도 공감해주기를 원하고, 이 때 위와 같은 통념의 발로로 여성 변호사를 선호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공감이 이성과 감정의 영역 중 어디에 속하는지, 그리고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적이라는 통념이 역사적 혹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인지, 아니면 편견에 불과한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고, 소송 과정에서 필요한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공감은 단순한 감정의 교류가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이성적 교류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즉 변호사의 역할은 의뢰인의 감정이 아니라 의뢰인의 이익에 공감을 하여, 사실과 법리에 기초한 주장과 입증으로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다른 소송과는 달리 이혼소송을 여성 변호사가 담당하여야 할 논리적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성적 사고로 공감하는 능력, 사실과 법리에 기초한 주장과 입증으로서 소송을 진행하는 능력은 성별에 따라 평가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혼소송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한 기준도 변호사의 성별이 아니라 변호사의 (공감)능력이 되어야 한다.

 

 

/이미주 변호사

부산회·법무법인 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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