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영화를 누렸고, 산업혁명으로 과학발전을 산업화하여 인류문명을 꽃피우게 한 나라지만 몇 가지는 혁신과 산업화를 가로막은 나라다. 그 중 둘을 들면 기술혁신을 파괴한 폭력적인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과 정치적 로비에 의해 혁신을 방해한 적기법(Red Flag Act)의 제정이다. 러다이트 운동은 혁신을 수용하지 못한 대중의 저항이고, 적기법은 자동차 규제법으로 혁신과 기술발전을 방해한 국가정책의 대명사다.

산업혁명 이후 혁신을 방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나 적기법 제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영국의 정치제도가 낙후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산업혁명으로 산업은 발전했지만 정작 영국의 정치제도는 자본가들의 이익만을 보호했고, 농민이나 노동자에게는 부의 배분은커녕 정치적 참정권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과실은 부자들에게만 귀속되었다. 정치력을 갖지 못한 노동자와 농민,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삶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특히 나폴레옹과의 전쟁은 영국의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다. 1811년 11월 노팅햄쇼어에서 기계가 일자리를 파괴했다고 생각한 노동자들에 의해 기계 파괴가 시작되었다. 러다이트 운동은 이듬해에 요크쇼어, 그 다음해에는 랭카스터로 옮겨졌다.

러다이트 운동은 산업의 구조변화에 대하여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러다이트 운동의 원인이 되었던 빈부격차와 실업 문제는 참정권과 노동권을 부여하고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한 20세기를 넘어서야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영국은 증기기관을 최초로 발명하고 상용 가능한 증기자동차도 최초로 개발했지만 자동차 산업은 유럽의 경쟁국가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자동차 도입에 반대하는 마부 등의 정치적 로비에 의해 제정된 ‘적기법(The Locomotive Act 1865)’에 따라 도심에서 2마일, 교외에서 4마일의 속도 제한과 자동차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자동차를 안내하도록 규제한 결과, 영국의 자동차 운행속도는 사람의 걸음걸이 속도를 넘지 못했다. 이 법으로 인해 자동차 기술이 발전되지 않아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현재까지도 낙후 되었다.

정치권과 정부는 인공지능에 의한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정책 수준은 러다이트 운동과 적기법 시대에 머물고 있다. 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과 택시기사 그리고 ‘타다’에 대한 국가정책은 선거표만을 의식한 나머지 새로운 변화를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150여 년 전 쇄국정책이 조선을 고립시켜 후손들에게 큰 시련을 준 것과 같이, 대한민국은 새로운 기술혁명으로부터 소외된 갈라파고스가 되어 우리에게 다시금 시련을 줄지 모를 일이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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