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낯선 광경의 시작

  IBA 서울 개최가 다가왔다는 사실은 23일 전날인 22일 경에 코엑스 근처의 호텔을 지나가는 길에 IBA 서울 개최를 축하한다는 법무법인의 큰 현수막이 걸려 있어 체감할 수 있었다. 첫날 총회 등록대에서 등록을 하고 컨퍼런스 홀을 둘러보았는데 평소 코엑스에서 보기 힘들 정도의 상당한 수의 외국인들이 서로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외국 영화에서나 볼만한 장면이었다고나 할까. 외국 영화 보면 그런 장면 있지 않은가. 칵테일 파티 장소에서 신사 숙녀들이 파이나 크래커 등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서로 인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말이다. 바로 내 앞에 펼쳐진 장면들이 그런 장면들이었다. 배경만 한국일 뿐 외국의 광경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II. 세션 참관 및 네트워킹

1) The internet of things

  이 세션은 인터넷이 각종 사물에 전반적으로 연결되는 현실들을 보여주면서,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데이터 해킹과 이로 인한 개인정보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보다는 주로 기술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법률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짚고 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2) The future ‘T-shaped’ lawyer: emotional or artificial intelligence... or both?

  아마도 참가하였던 IBA 세션 중에서 우연히 들어갔지만 가장 잘 선택했던 세션이라고 할 수 있다. IBA에서 나눠 준 프로그램 책자를 보면 ‘이 프로그램은 상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세션’이라고 적혀진 세션들이 있다. 이런 세션들은 둥근 테이블로 좌석 배치가 되어 있어 딱 보기에도 ‘그룹 토론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내가 앉았던 테이블에는 아프리카에서 오신 분 3명, 호주 1명, 네팔 1명, 멕시코(아마도?) 1명이 있었는데, 이 분들과 AI의 도래와 EI(Emotional Intelligence)를 지닌 인간 변호사와의 관계에서 인간 변호사가 AI 시대에도 여전히 변호사로서의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이렇게 그룹별로 논의를 한 후 나중에는 테이블 별로 대표가 일어나서 자신들이 논의했던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짧은 영어로 의견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언어가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어민 급이 아닌 이상 법률 주제를 가지고 토론이나 발표를 함에 있어 힘든 것은 사실이다. 아마 다른 변호사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지 않을까 싶다. 사견으로는 이런 IBA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려면 한국에서는 지성인으로서 인정받더라도 영어만 사용하면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상황을 의식적으로 무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체면을 중요시하고, 법조인들도 그런 측면이 많은데 다소 스스로가 바보같아 보이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내고 의식적으로 사교행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III. 컨퍼런스 네트워킹 홀에서의 부스 관람

  컨퍼런스 네트워킹 홀에서는 세션 중간에 간식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실 수 있어 자주 들렀고, 들른 김에 양 옆으로 펼쳐진 부스에서 펼쳐지는 홍보를 보러 갔다. 영국의 출간업체인데 각 법 분야들을 정리해 발간한 책자들이 놓여 있는 부스들도 있었고, 영국에 있는 법령 분석 빅 데이터 회사인데 영미법 관련 법령들을 빠르게 검색해주는 회사도 있었다. 내가 한국 법도 분석이 되는지 물어보니 주로 영어로 되어 있는 문서만 빅 데이터로 검색이 되고 한국 법까지는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문서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SDL’이라는 회사가 있었는데, 이 회사는 머신러닝을 통해 문서번역을 한다고 소개를 하였다. 번역 과정을 직접 시범으로 보여주었는데 외관으로 보기에는 구글 번역기처럼 생겼지만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결과가 구글 번역기보다 훨씬 매끄러웠다. 번역비용에 대해 직접 물어보았으나 직접적인 대답은 하지 않고 다만 번역비용이 정해지는 기준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였다. 머신러닝으로 번역하지만 통상적으로 해외 서비스가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국내 번역업체를 대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IV. IBA 참관 후 의견

  개인적으로 많은 세션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원래는 IBA 서울 세션에 참가하기 위해 미리 스케쥴표 상 무엇을 볼 것인지 요일마다 체크를 한 상태였다. 같은 시간대에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의 세션들이 많아서 ‘한 세션을 45분 보다가 다른 세션을 45분 보는 방식으로 할까’라는 고민도 하였었다. 하지만 역시나. 작은 사무실에서 송무를 담당하는 변호사인 이상 예고도 없이 갑자기 당장 처리해야 되는 업무를 막기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원하는 만큼의 세션을 다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른 변호사님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꽤 많았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궁금하다. 대한변협으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선 완납, 후 지원’ 방식이기에 선뜻 지갑을 열어 지원하기도 쉽지 않은데(청년변호사의 경우 등록비가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외국 변호사들은 어떻게 비싼 등록비를 내고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아예 일주일간 통째로 IBA 서울 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지 말이다. 해외에서는 변호사가 얻는 수익이 그렇게 많다는 말인가? 아니면 해외 변호사협회가 회원들로부터 받는 수익금이 많아서 지원도 많이 한다는 것인지?

 앞으로 IBA 행사가 1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려면 행사 참여에 있어 대한변협 회원들에게 덜 부담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결국 변호사 업무영역의 확대 및 시장 재창출을 통한 파이 만들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김한가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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