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오피스에서 일하게 된 첫 날, 선배변호사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중 어느 쪽이 되고 싶은지 물어왔다. 전자라 대답했다. 왜냐하면 사내변호사는 회사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보고 혼자서 적신호를 잡아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법에 관하여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적신호를 잡아내기만 하면, 그 이후의 정확한 진단이나 수술에서는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 손을 빌릴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사내변호사를 해 보니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사내에는 온갖 이슈들이 있지만, 회사의 업종이나 플랜에 따라서 결국 몇 가지 유형으로 모두 수렴되기 때문이다. 법 분야를 막론하고 사내 법무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어서 제너럴리스트가 된 듯 뿌듯했지만, 아직은 소속회사 특유의 법무에 한정된, 스페셜리스트였던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자족형 스페셜리스트”로만 지내다 보면 돌연 난감한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다룰 때에도 사내변호사는 최전선에서 동료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3차 산업인 제조업체에 소속되어 있어서, 4차 산업 이슈와는 거리가 있었는데, 어느 날 본사에서 네트워크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동료들에게 관련 법제를 알려주기 위해 벼락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코끼리 다리를 더듬는 데서 오는 불안감까지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데서 오는 한계였다.

내가 진정한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아이러니하게 공부였다. 실례로, 최근 IBA 서울총회에서 4차 산업 관련 다양한 세션을 듣고 자료를 찾아서 읽어 보았다. 회사의 사업 분야는 아니지만, 블록체인, 자율주행 등 생소한 분야를 접해 보니, 좀 더 제너럴리스트가 된 듯했다.

변호사에게 ‘전문분야(specialty)’는 언제나 중요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일 때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이미 관심사가 넓고 공부가 많이 되어 있는 다른 나라, 그리고 내 옆자리 변호사를 보니 마음이 급하다. 뛰어야겠다.

 

 

 

/임은수 변호사

악조노벨 리걸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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