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에 변호사가 됐다. 비교적 많은 나이에 변호사가 되었음에도 업무상 만나는 상대방은 나보다 보통 열살 이상 더 많았다. 법률 전문가로서 의견을 말하면서도 무례하게 보이지는 않을지 걱정됐다. 겸손하면서도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의 균형이 쉽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만나온 사람의 범위는 뻔했지만 일을 하면서부터는 다양한 연령과 직종,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인연이 된 사람에게 나쁘게 굴 이유는 없다. 친절하게 대한다. 친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면 상대방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온다. 다행스럽게도 열에 여덟은 친절하게 답이 돌아왔다. 나머지 둘 중 하나는 성격이 “원래 그런” 경우다. 이 경우는 그저 일에만 충실하면 되니 그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마지막 하나가 “재밌는” 경우인데, 친절하게 대하면 만만하게 보고 무례하게 군다.

이런 경우는 - 여러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인데 다른 분들께도 통할지 모르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 친절하지 않게 대하면 된다. 그러면 또 이외로 일이 수월하게 해결되곤 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는 정중한 대접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요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위 80%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의 흐름인지라 어찌 막을 도리는 없을 것 같다.

신뢰가 줄어들면서 나 역시 소극적이며 방어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도 일단은 친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니까. 친절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도 네 번째, 다섯 번째, 더 많은 유형이 나오겠지만 그 때는 또 그때대로 적합한 대처 방법이 생길 것이라 믿어본다. 이 역시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테지만 말이다.

 

/이수연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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