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속해 있는 법률사무소가 위치한 안산시에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다. 안산의 반월국가산업단지는 시화, 남동과 함께 3대 중소기업 국가산업단지로 꼽히는데, 반월공단과 인접해 있는 시화공단을 합하면 그 총면적이 32㎢에 이르며, 입주한 업체 수만 1만 9000개에 이른다.

공단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 사무소에 찾아오는 의뢰인 중 많은 이들이 공단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들이다. 손가락이 잘리고, 팔이 잘리고, 화상을 입었는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이주 노동자들이 많다. 도장작업을 하다 백혈병이라는 몹쓸 직업병에 걸린 내국인 노동자도 있었다. 아무래도 산재 사고라고 하면 이렇게 절단 사고를 당하거나 직업병에 걸린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공단에서는 화학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시화공단의 한 폐공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염산가스가 대기 중에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반월공단의 한 반도체업체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사고, 즉 화학 사고의 또 다른 이름은 산업재해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관리를 잘못하여 화학물질이 누출되는 사고이다 보니, 그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일차적으로 피해를 보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학 사고에서는 노동자가 지워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생했던 염산누출 사고와 관련하여, 필자가 상근변호사로 활동하였던 한 노동단체 활동가와 함께 사고현장 조사를 다녀왔다.

염산이 누출된 공장 인근 피해사업장들을 방문하며 조사를 했는데, 사업주들이 적극적으로 피해 규모를 설명하는 것과는 상반되게 공장 노동자들은 “목이 조금 아팠어요” “숨을 쉬기 어려웠어요” “몸에 뭐가 났었어요”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금방 나아지는 것 같아서 병원에 방문해서 치료를 받았다는 사람은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오히려 염산 때문에 주변 공장의 철제기구들이 모두 녹슬어 버려 그 녹을 닦아내느라 휴가도 반납했다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화학 사고로 인한 재산상 피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화학사고 발생 시 재산상의 피해와 인근 주민들의 피해에만 초점을 맞춰 관심을 주곤 한다. 화학 사고가 발생한 그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사망하였을 때에만 언론에 보도되기 일쑤다. 노동자들이 입은,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은 ‘작은’ 피해는 곧바로 지워지고 만다. 피해가 무시되니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될 리도 만무하다.

안산시는 산업단지 배후도시이다. 공단과 인접하여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어서 공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화학물질 등은 곧바로 주민들에게 영향을 준다. 그리고 주민 중 많은 수가 공단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자영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공단의 환경은 주민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가 공단에서 일어나는 화학사고, 즉 산업재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조영신 변호사

경기중앙회·원곡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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