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그 무렵 검찰은 거의 매일 수사관련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었다.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고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그 날도 검찰 공보담당자는 기자실에 얼굴을 드러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죽는 소리부터 했다. “오늘은 알려드릴 게 없다”는 것. 매일 새로운 수사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수사상황을 공개할 수 없는데 꼬박꼬박 일수 찍듯 브리핑을 해야하는 것에 대한 푸념이었다.

몇번이나 “할 말이 없다”를 반복하던 그가 갑자기 “그런데 말이요….”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전해준 이야기는 모든 기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요약해 보면, 사고 당시 이준석 선장이 선장실 밖으로 나올 때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는데, 양손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가로 방향으로 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자들의 머릿 속에는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두 손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그것도 가로방향으로 들고 있었다면…그것은 게임?”

그날 모든 언론사에 사회면 헤드라인은 “세월호 사고 당시 선장은 게임 중”으로 뽑혔다. 그리고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배를 신참 항해사에게 맡겨 놓고 게임이나 즐기고 있던 얼빠진 인물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준석 선장은 나중에 여러 경로를 통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실 이준석 선장이 휴대폰을 가로로 들고 있었든 세로로 들고 있었든, 그건 사고와 직접 연관이 없다. 승객을 내팽개치고 도망간 것과도 상관이 없다. 사건의 주된 내용도 아니고 형사책임 유무나 경중을 가를 기준이 되는 일도 아니다. 사실이라도 해도 굳이 알 필요도 없었고 알릴 이유도 없었던 게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대형 해난사고를 일으키고도 구조 책임을 내팽개쳐 300여명의 젊은 목숨을 수장시킨 자다. 고의는 아니라고 해도 명백히 ‘미필적 고의 살인’이자 ‘부작위 살인’이다. 대법원이 확정한 무기징역은 그의 죄책에 비하면 어쩜 가벼운 형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지도 않은 ‘게임’을 했다는 거짓말로 손가락질을 받게 하는 것도 옳은 일 일까?

요즘 모든 언론들이 경쟁하듯 조국 장관 일가를 둘러싼 기사를 쓰고 있다. 그중에는 ‘가로 방향으로 든 휴대폰’과 같은 이야기도 적지 않은 듯하다. 실체적 진실과 관련이 없지만 단편적이고 자극적이며 ‘부정적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기사, 그런 기사가 ‘사회적 흉기’가 될 수 있다.

그대들이여, 부끄럽지 아니한가?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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