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78703 판결 -

1. 서론

최근 우리 일상에서 다양한 예술품들이 대중적으로 향유되고, 예술품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예술품의 위작 여부 등을 다투는 각종 법적 분쟁들이 발생되고 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2018년 말 고(古)서화 매매거래에서 위작 여부와 관련하여 하자담보책임과 착오취소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관심을 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2007년 6월 25일 피고와 김홍도의 단원산수화를 비롯한 서화 10점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매매계약서 제3조: 피고는 문화예술품이 감정 결과 위작으로 판명됐을 때에는 수령한 대금을 즉시 반환하고 문화예술품을 인수해 간다), 단원산수화 등 일부가 위작임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대금을 돌려달라고 했다(원고는 하자담보책임의 권리행사시간 도과 여부 및 원고의 과실 여부 등에 다툼이 있어 약정해제 및 착오취소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① 제1심은 단원산수화 등 일부는 위작이고, 매매계약서 제3조에 따라 서화 일부가 위작인 경우 해당 서화에 대한 계약 부분을 해제할 수 있으며, 원고는 해당 대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② 항소심은 제1심 판시 외에, 매매계약서 제3조에 따른 약정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와 관련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은 상행위로 추정되어 약정해제권의 제척기간은 5년인데 원고가 서화를 인도받을 무렵으로부터 5년이 지나 제척기간이 경과되어 이를 전제로 한 원상회복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고, 착오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관련하여, 원고가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 단원산수화 등이 진품이라고 믿은 것은 동기의 착오이지만 매매계약의 내용으로 표시됐고 그 밖의 요건에도 해당되어 원고의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의 의사표시(원고의 2015년 9월 18일자 준비서면이 2015년 9월 23일 피고에게 송달)에 의하여 해당 서화에 대한 매매계약은 취소되어 피고는 해당 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하자담보책임과 착오취소는 그 요건과 효과가 달라 양자가 경합적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③ 피고는 특정물 매매계약에 있어 하자담보책임과 착오취소는 경합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상고했고, 대법원은 하자담보책임 제도와 착오취소 제도는 그 취지, 요건과 효과도 구별되므로, 매수인은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는지와 상관없이 착오를 이유로 그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하여 양자의 경합을 전제하는 법리를 설시하고, 위작 부분은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의 의사표시에 따라 취소됐다고 판단한 후, 피고가 원고로부터 위작인 단원산수화 등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4. 검토

가. 하자의 판단

이 사건에서 위작 판단 이유는 단원산수화는 전(傳, 원본이 진품이나 많이 손상되어 수정된 것으로 예술품으로서 가치가 없는 것), 그 외 일부 서화는 가(假, 가짜)로서 1900년대 중반 이후 대법원의 하자 판단 기준인 절충적 관점(거래통념에 따라 해당 물건에 대하여 인정되는 객관적 가치와 당사자가 매매계약에 이른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에서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서상 위작인 경우 해제하기로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단원산수화 및 일부 서화에 하자가 있다고 보인다.

나. 하자담보책임과 착오취소의 관계

이 사건과 같은 특정물매매에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물건의 반환과 상환으로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고, 계약체결 시 목적물이 하자있는 것임을 알지 못했음을 들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도 있다. 외국례를 보면, 독일 판례는 하자담보책임이 착오취소를 배제하고 있고,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의 판례는 그 인정 근거가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양자의 경합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착오취소권은 장기간 존속하여 빈번하게 일어나는 매매계약을 장기간 불확정한 상태에 두게 된다는 등의 이유로 하자담보책임만 적용된다는 견해, 그 제도의 취지, 요건과 효과를 달리하여 양자의 경합을 인정하는 견해가 대립되고, 판례의 입장은 분명치 않았다. 항소심에서 참고한 ‘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다38881 판결’ 및 ‘대법원 2000. 1. 18. 선고 98다18506 판결’은 특정물 매매에 있어 당사자의 주장에 따라 착오취소 또는 하자담보책임 규정을 각각 적용하여 판단한 것이므로 그 경합을 명백히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인다.

 

5. 결론

대상 판결 이전에는 그 경합을 부정하고 하자담보책임만 적용된다는 하급심 판례(서울서부지방법원 2008. 8. 21. 선고 2007나7892 판결)가 있었는데, 대상 판결은 양자의 경합을 인정했다. 그리고 특별규정의 우선 적용이 반드시 배타적 적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바, 대상 판결이 일반규정인 총칙의 착오취소를 통해 특별규정인 하자담보책임규정의 규범 목적을 우회한다는 형식적 법리를 통해서 양자의 경합을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찬동하나, 양자의 취지, 요건, 효과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 경합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 예술품 거래 등 그 거래 형태에 따른 실질적 법리의 구체적 설시가 필요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정택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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