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한변호사협회와 금태섭 의원, 법원행정처는 공동으로 상고제도 개선을 논의했다. 그동안 사건 수가 폭증하여 대법관 1인당 사건 수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문제가 있어왔다. 실제로 2018년 상고심 접수 건수는 4만 7979건으로, 대법관 1명당 연간 3998여건을 처리해야 한다. 최종심으로서 충실한 심리와 판결이 곤란하며, 특히 중요한 법령 해석이 쟁점이 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과 법조인들은 상고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첫 번째 의견은 1980년대에 시행된 적이 있는 상고허가제를 다시 실시하는 방안이다. 상고를 허가제로 운용하겠다는 것인데, 헌법·법령·판례를 위반한 중요하고 논쟁적인 사건만 상고를 인정하고, 그 외 사건은 대법원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상고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1960년대 있었던 고등법원 상고부를 신설하는 안이다. 기준을 설정하여, 중요한 사건은 대법원에서, 덜 중요한 건 고등법원 상고부에서 나눠 처리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별도로 상고법원을 도입하는 방법이다. 대부분 상고심은 상고법원에서 처리하고 대법원은 중요한 사건만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 방안 모두 대법원이 상고심을 판단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정작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족하다. 상고제도 개선은 헌법 상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최종심인 대법원에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어떤 식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하는 지를 중심에 놓고 추진되어야 한다.

상고 제도 관련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됐다. 그리고 그 논의는 조급하게 해결방안이 나올 수도 없다. 법원을 중심에 놓고 논의를 진행하기보다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국민의 권리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최적의 상고제도 개선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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